정부는 12일 최근 잇따른 화재로 확산하는 ‘전기차 포비아(phobia, 공포)’를 잠재울 범부처 긴급회의를 개최했다. 9월 초 발표할 전기차 화재예방 종합대책 마련의 사전 조처로 13일엔 국내 완성차 제조사 및 수입사의 의견을 청취한다. 여론에 등떠밀린 늑장 대처로 과연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전기차 보급이 50만대를 넘어서면서 전기차 화재는 일상이 됐다. 얼마전 인천 청라의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처럼 조기 진압이 어려울뿐더러 언제든 대형 참사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그런데도 전기차 화재 주범인 배터리의 안전 및 소방기준, 충전기 설치 등 화재 예방 대책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이제라도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는 ‘실명제’가 시급하다. 차량 제원에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포함시켜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다. 앞서 유럽이 오는 2026년부터 의무화하기로 한 만큼 늦출 이유가 없다. 현대자동차가 선제적으로 홈페이지에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한 것은 소비자 불안을 불식시키기에 충분하다.
화재 발생시 파급력이 훨씬 강한 ‘100% 충전’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충전율과 충전시간 등을 제어하는 충전기의 기술적 보완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충전기 설치 장소도 재고해야 마땅하다. 아파트 특성상 지하 주차장에 편중될 수밖에 없는 충전기의 지상 설치를 유도해야 한다.
전기차 화재 시 조기에 진압할 수 있도록 하는 소방기준 및 전기차 정기검사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전기차 화재를 효율적으로 진압할 소방기술 R&D 지원도 게을리해선 안 된다.
무엇보다 땜질 처방을 경계할 일이다. 시간에 쫓긴 나머지 현실을 외면한 탁상행정이나 일관성 없는 ‘조삼모사’ 정책은 혼란만 부추길 뿐이다. 완성차 및 배터리 제조사, 수요자와 다른 입주민 등이 공감하고 믿을 만한 대책이어야 한다. 당장 시행하기 어려운 사안은 로드맵이라도 올바르게 제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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