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환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여름휴가 복귀와 함께 국방ㆍ안보 라인 인사 단행과 야당이 단독 처리한 방송4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이날 신임 국방부장관 후보자로 김용현 대통령실 경호처장을 지명했다고 정진석 비서실장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신원식 국방부장관은 국가안보실장, 장호진 안보실장은 초대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으로 각각 내정됐다.
이번 인선안은 윤 대통령이 지난주 여름휴가 중 구상한 것으로, 외교ㆍ안보 핵심 인사들을 각자 전문성에 맞게 ‘적재적소’에 재배치하겠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로 알려졌다.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된 김용현 후보자는 윤 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실 경호처장으로 근무하다 이번 인사를 통해 본직인 군으로 복귀하게 됐다. 특히 정권 초부터 국방부 장관으로 하마평에 올랐던 만큼 제자리를 찾았다는 평도 나온다.
김 후보자는 육군사관학교 38기로 임관한 예비역 중장으로 수도방위사령관,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신원식 현 국방부장관이 내정된 국가안보실장의 경우 북한의 도발 고조는 물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사태 등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 외교보다는 ‘안보’ 전문가를 중용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는 관측이다.
또 신 장관이 육사 37기 출신이자 여당 국회의원까지 지낸 만큼, 당정 외교ㆍ안보라인 내 소통ㆍ조율 능력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을 신설한 배경에 대해선 핵심 국익과 관련한 전략 과제들을 각별히 챙기기 위한 것이라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장 신임 특보에 대해 “북미 관계 전문가일 뿐만 아니라 북핵, 러시아 등 4강 외교에 두루 밝은 정통 외교관 출신”이라며 “우리 정부에서 초대 러시아 대사와 외교부 1차관 안보실장을 연이어 맡아 다양한 외교적 성과를 이끌어내왔듯 계속해서 국제정세와 외교안보 정책에 관해 대통령을 보좌할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선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유출 등 군내 각종 논란에 대한 문책성이나 채상병 관련 의혹을 무마하기 위한 인사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장 야당에서는 “회전문 인사의 극치이자 인사 만행”이라는 날선 비판이 나왔다.
김 후보자가 채상병 사건 수사 은폐 의혹 당시 경호처장으로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여러 번 연락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 구명을 위해 앞장섰던 ‘배후’라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그 어느 때보다 안보 시국이 엄중한 지금, 수사 외압의 피의자로 입건되어도 모자랄 사람을 국방부 장관에 앉히겠다니 제정신인가”라며 “순직해병 수사외압과 구명로비 의혹의 진상을 끝까지 은폐하겠다는 불통의 선언이자, 특검을 바라는 국민에 대한 대통령의 항명”이라고 반발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방송 4법에 대한 재의요구안도 이날 재가했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 취임 후 거부권 행사는 총 19회로 늘어났다.
13일 국무회의에서 노란봉투법, 민생지원금법 등에 대한 재의요구안도 상정, 의결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른바 ‘거부권 정국’에서 극한 갈등이 한층 더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실은 거부권 행사에 대해 “방송 관련법은 공영방송 지배구조와 제도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는 사안임에도 여야 협의와 사회적 공감대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정략적으로 처리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며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훼손시키려는 야당의 법안 강행 처리에 대응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다.
강성규 기자 ggang@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