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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삼성바이오 증선위 제재 전체 취소… 일부 회계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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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8-15 03:43:40   폰트크기 변경      
“전체 처분 기초 되는 사실관계 잘못돼, 나머지 모두 취소돼야”

“삼성에피스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는 삼성바이오의 재량권 남용”
금감원 “재판부 판단 존중… 항소 여부 금융위에 의견 전달할 것”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고의로 분식회계를 했다며 2018년 금융당국이 결정한 80억원의 과징금 등 제재를 취소해야 한다고 1심 법원이 판단했다. 제재 후 6년 만이다.

법원은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에 대한 회계 처리에는 문제가 있다면서도, 제재 사유의 일부를 이루는 전제가 잘못됐다는 점에서 전체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사진: 대한경제 DB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최수진 부장판사)는 14일 삼성바이오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요구 등 취소 청구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2014년까지 삼성바이오가 에피스를 단독 지배했다고 봐 에피스를 종속기업으로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한 것은 원칙중심 회계기준상 재량권 범위 내에 있어 회계처리 기준 위반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워 처분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다만 “삼성바이오는 자본잠식 등 문제를 회피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해 여러 전략을 추진하던 중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를 하기로 먼저 결정하며 사실과 상황을 사후 모색했다”며 “특정 결론을 정해 놓고 이를 사후에 합리화하기 위해 회계처리를 하는 것은 원칙중심 회계기준 아래에서 재량권을 남용한 것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만 규정상 증선위의 처분은 2014년까지 회계처리에 제재 사유가 있다는 것을 전제하는 것이므로, 그 기초가 되는 사실을 일부 오인함에 따라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것이라고 판단돼 취소의 범위는 처분 전체가 돼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날 법원이 취소하라고 판단한 제재는 2018년 11∼12월에 한 이른바 ‘2차 제재’다.

당시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2015년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관련 회계처리를 변경한 것이 고의 분식회계로 판단된다며 대표이사ㆍ임원 해임 권고, 과징금 80억원 부과, 시정 요구(재무제표 재작성) 등 제재를 결정했다.

삼성바이오가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해 설립한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지배력 상실 회계 처리)하고 2015회계연도에 이 회사 지분가치를 장부가액(2900억원)에서 시장가액(4조8000억원)으로 근거 없이 바꾸는 등 약 4조5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했다는 판단이었다.

이날 재판부의 결론은 증선위의 분식회계 판단에는 일부 수긍하면서도, 변경 이전의 회계처리에는 문제가 없었던 만큼 이를 모두 포함해 내린 처분은 취소돼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는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분식회계ㆍ허위 공시 의혹 등에 대해 모두 무죄 판결을 한 것과 일부 결이 다른 측면이 있다.

증선위의 검찰 고발로 기소된 이 회장의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당시 재판부는 “삼성바이오는 회계사들과 올바른 회계처리를 탐색해 나갔던 것으로 보인다”며 분식회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번 행정소송 재판부는 “내부 문서 등을 보면 구 삼성물산의 합병 문제와 삼성물산의 재무제표 문제 등을 이유로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를 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구 삼성물산의 합병일이 2015년 9월 1일이었기 때문에 삼성바이오는 지배력 상실 시점을 2015년 9월 1일 이후로 검토했다”고 판시했다.

이같이 두 1심 판결의 내용이 다소 엇갈리면서, 현재 진행 중인 이 회장의 항소심에도 일부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이 회장 형사 1심 무죄 판결은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 과정만을 근거로 한 것이 아니라, 지배력 변경 자체의 타당성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한 것인 만큼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편 증선위가 2018년 7월 삼성바이오에 내린 ‘1차 제재’에 대해 제기한 불복 소송은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1차 제재는 삼성바이오가 에피스의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을 바이오젠사에 부여하고도 이를 일부러 공시하지 않았다며 담당 임원 해임 권고, 감사인 지정, 검찰 고발 등을 한 것이다.

이 사건 1심 법원은 2020년 9월 “1차 처분은 2차 처분에 흡수 합병됐다고 할 성격의 것으로,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취소한다”며 역시 삼성바이오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1차 제재와 2차 제재 모두 집행정지를 인용해 증선위의 처분 효력은 정지된 상태다.

이날 승소 판결을 받아 든 삼성바이오 측은 “아직 판결문을 받지 못한 상태라 판결문 입수 후에 구체적인 사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도 입장문을 내고 금융위원회에 항소 여부에 대한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증선위) 처분에 절차적 하자가 없다고 본 점, 형사1심과 달리 2015년 지배력 변경은 회계처리가 아니라고 판시한 점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형사소송과 행정소송은 회계처리 위반에 대한 쟁점이 공통돼 이번 판결이 향후 형사소송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항소 여부는 금융위가 법무부 지휘를 받아 결정할 사안”이라며 “판결문을 입수하는 대로 회계처리기준 위반에 대한 내용을 분석해 금융위에 항소 여부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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