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이동일 순국선열유족회장 등 참석자들과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대한경제=김광호 기자] 15일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반쪽 행사로 치러졌다. 독립운동단체들이 ‘뉴라이트’ 논란에 휩싸인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항의하기 위해 정부 주최 경축식에 참석하지 않고 별도의 기념식을 개최했기 때문이다. 광복절 행사가 정부 주최 경축식과 독립운동단체 주최 기념식으로 쪼개진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정부는 이날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윤석열 대통령 내외, 독립유공자 유족, 국가 주요 인사, 주한 외교단, 사회 각계 대표와 시민ㆍ학생 등 2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광복절 경축식을 거행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등 여당 의원 50여 명이 자리했고, 야권에서는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만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국권을 침탈당한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 국민은 참으로 위대한 역사를 써내려 왔다”며 “이 위대한 여정을 관통하는 근본 가치는 바로 자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전체에 국민이 주인인 자유 민주 통일 국가가 만들어지는 그날, 비로소 완전한 광복이 실현되는 것”이라며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중차대한 역사적 과제로서 통일을 강조했다.
이어 1994년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계승해 발전시킨 ‘8ㆍ15 통일 독트린’을 소개한 뒤, 이를 실현할 세 가지 과제로 △우리 국민의 자유 통일 가치관ㆍ역량 확고화 △북한 주민의 자유 통일 의지 고양 △국제사회와 연대를 제시했다.
이날 경축식은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의 후손이자 2024 파리올림픽 유도 은메달리스트 허미미 선수, 방위사업청에서 한국형전투기 개발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조은애 중령, 2024 파리올림픽 양궁 3관왕 김우진 선수의 다짐의 발언 이후 참석자 전원의 만세삼창으로 마무리됐다.
같은 시각 광복회 등 37개 단체가 모인 독립운동단체연합과 25개 독립운동가 선양 단체로 구성된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항단연)은 효창공원 내 백범기념관에서 자체 기념식을 열었다. 이 행사에는 광복회원과 독립운동가 유족 등 350여 명이 참석했으며, 더불어민주당ㆍ조국혁신당ㆍ기본소득당 등 야당 인사 100여 명도 함께했다.
박찬대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규탄 성명을 내고 “윤석열 정권이 자행 중인 ‘역사 쿠데타’로 독립 투쟁의 역사가 부정되고 대한민국 정체성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효창공원 내 독립운동가 묘역을 참배했으며, 조국혁신당 지도부는 광화문광장에서 ‘윤석열 정권 굴종 외교 규탄’ 회견을 열고 김 관장 임명 철회를 촉구했다.
민주당 출신인 우원식 국회의장도 정부 주최 기념식에 불참하고, 대신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독립선열을 참배했다.
여야는 이날 광복절 경축식 파행 사태를 놓고 ‘네탓 공방’을 벌였다.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회의장과 민주당 등 야당의 무책임한 태도에 순국선열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이 퇴색되는 건 아닌지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이번 사태의 책임을 우 의장과 야당에 돌렸다.
반면 최민석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김 관장 등 정부 요직을 장악한 정신적 일본인들을 걷어내고 자랑스러운 독립의 역사에 대한 폄훼를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김광호 기자 kkangh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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