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바이오가스 정제시설, 상업운전 6년 만에 철거 결정
바이오가스 日 6500N㎥ 생산했지만, 수요처 발굴 난항에 적자 누적
음식물쓰레기‧분뇨 등 유기성 폐자원 연간 6129만t 배출
바이오가스 활용 비율 6.6% 불과
“바이오가스 기준 만들어 활용처 늘려야”
의정부 음식물류폐기물 자원화시설 음폐수 바이오가스 에너지화 정제시설./ 사진:한국종합기술 |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음식물쓰레기 처리장에서 발생한 바이오가스를 정제해 도시가스로 활용하던 의정부시의 바이오가스 실험이 상업운전 6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버려지는 바이오가스를 자원화해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민간에선 자체 기술을 활용해 추가 수익원을 만드는 기후변화 대응 모델이었지만, 수요처 발굴에 난항을 겪으면서 쓸쓸한 퇴장을 앞두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의정부시 환경자원센터 내 설치된 바이오가스 정제시설을 철거하는 내용의 안건이 최근 공유재산심의회의에서 통과됐다. 이 정제시설은 지난 2014년 한국종합기술이 약 35억원을 투자해 시설을 조성하고, 20년간 시설 운영을 통해 회수하는 방식의 민간투자사업 제안으로 시작됐다. 의정부에 도시가스 배관이 있는 대륜E&S가 바이오가스로 만든 도시가스를 매입하기로 하고, 2018년부터 상업운전을 시작, 한때 바이오가스 생산량은 하루 6500N㎥에 달했다. 생산된 가스는 압축·건조·정제 과정을 거쳐 도시가스 활용했지만, 2020년경부터 글로벌 천연가스 가격 대비 바이오가스 정제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면서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한국종합기술은 새로운 수요처를 발굴하려 했으나 쉽지 않았고, 2021년 하반기부터는 상업운전 자체가 힘들어졌다. 최근에는 바이오가스로 수소를 생산하는 방안 등 사업 전환을 추진했으나 결실을 맺지 못했다. 바이오가스 정제 기술을 국내 최초로 국산화해 설계 및 시공까지 맡은 한국종합기술은 결국 가동 중지를 결정하고 시설물을 철거하기로 했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바이오가스를 정제해 도시가스로 만드는 비용이 천연가스 구매비용보다 더 들어가면서 적자가 났고, (대륜E&S의 매입 중단 결정 이후) 신규 수요처를 찾지 못하면서 2021년 하반기부터는 가동 자체가 힘들었던 것으로 안다”라며, “적자 상황을 견디지 못한 한국종합기술 측이 두 달 전쯤 가동 중지 공문을 보내왔고, 심의회에서도 더 이상 사업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국에서 배출된 유기성폐자원은 6129만t 규모다. 유기성폐자원은 음식물폐기물, 가축분뇨, 하수 찌꺼기 등으로, 최근 10년간 배출량이 12.1% 증가했다. 바이오가스는 유기성폐자원이 공기가 없는 상태에서 미생물에 분해되며 생성되는데, 전환율은 6.6%(약 404만t)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대기 중으로 버려지거나 찌꺼기만 사료‧퇴비화 하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정부에서는 유기성폐자원 557만t을 친환경 처리해 LNG(액화천연가스)를 대체하겠다고 밝혔지만, 의정부 시설 철거 사례처럼 수요처를 확보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년부터는 공공 부문의 바이오가스 생산목표제를 도입하는 변화를 앞두고 있긴 하다. 지난해 말 시행된 바이오가스법에 따라 유기성 폐자원의 처리 책임이 있는 지자체는 내년부터 50% 의무비율이 적용된다. 유기성폐자원으로 생산할 수 있는 바이오가스 최대 생산량의 최소 절반을 의무 생산해야 한다는 뜻이다. 2026년부터는 연간 1000t 이상의 음식물 폐기물을 배출하는 민간사업자 등도 10% 의무 생산 비율이 부과된다.
문제는 바이오가스를 생산해도 판매할 수 있는 수요처가 없다는 점이다. 바이오가스는 기술적으로 도시가스, 전력, 지역난방이나 CNG(압축 천연가스) 차량 충전, 수소 생산 등에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수요처 입장에서는 바이오가스로 생산한 도시가스, 지역난방열 등을 사용할 의무가 없다. 오히려 천연가스만 지나는 가스 배관에 바이오가스가 혼입돼 예상하지 못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배척하는 분위기다. 수송용 경유만 해도 바이오디젤을 의무적으로 혼합해 사용하게 하는 신재생에너지의무혼합제도(RFS)가 있지만, 천연가스 분야에선 이 RFS를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바이오가스 생산량 자체가 많지 않고, 관련된 시설 인프라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무혼합제를 적용하면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행정비용이 더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시흥시 클린에너지센터 전경. LPG 혼입을 통해 일반 천연가스 열량을 맞추고, 도시가스로 활용할 수 있도록 삼천리에 판매하고 있다. 시설 운영사인 현대건설은 음식물 폐기물을 처리하면서 추가로 도시가스 판매 수익을 얻고 있다. / 사진 현대건설 |
다만, 탄소배출을 저감하고 버려지는 에너지 자원을 재활용한다는 측면에서 바이오가스의 활용처를 늘리고, 제도적 기반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한국종합기술 관계자는 “의정부 사업을 추진할 때만 해도 글로벌 천연가스 가격이 비싸 사업성이 나왔는데, 그 이후 20% 넘게 하락하면서 바이오가스로 생산한 도시가스가 경쟁력을 잃었다. 생산량 자체가 전체 도시가스의 1% 미만으로 미미하고, 도시가스 업체들의 의무 구매량도 없다 보니 수요처를 구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며, “도시가스 업체로선 바이오가스로 만든 가스가 자신들의 배관에 혼입돼 활용되는 것 자체를 선호하지 않는다. 법적 의무 사항도 아니다 보니 바이오가스 산업이 활성화하기 힘든 구조다. 유럽처럼 바이오가스를 활용할 수 있는 기준을 제도적으로 마련해 수요처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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