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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r &] ‘동해 아니고 동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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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8-19 13:29:30   폰트크기 변경      
‘한여름밤의 꿈’ 동해 어달해변

알록달록 어달항…포토존 명소
파도소리 함께하는 해변포차


어달해변에 늘어선 해변 포차 



“어디 살아요?” 

“동해요.”
“그니까 동해 어디 사냐고?”
“강원도 동해시에 산다고요.”

강원도 동해시에 사는 친구는 이런 상황을 가끔 접한다.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라고 할 때의 그 동해, 한반도의 동쪽 바다 ‘동해’라는 이름을 도시 이름으로 쓰다 보니 생기는 상황이다. 경상남도 남해군도 같은 처지일까.

동해시는 1980년에 묵호읍과 북평읍을 합해 시(市)로 승격됐다. 검색을 해봐도 마을들이 모두 동해에 접해 있어서 ‘동해’라고 이름을 지었다는 정도 이외에는 ‘작명’의 이유를 더 찾을 수가 없었다.

고속성장시대에 동해시의 역할은 경제 발전을 견인하는 시멘트 등을 생산하고 무역항을 통해 배에 실어 보내는 것이었다. 여전히 시멘트공장은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지금은 산업 외에도 관광지로서의 위상도 높아졌다. 올여름 ‘동해’로 여행을 떠난다고 하면 동해시로 간다는 말인지 아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매년 600만 명 이상이 찾는 망상 해수욕장, 신선이 노닐었다는 무릉계곡, 애국가 방송 해돋이 배경화면으로 유명한 추암해변과 촛대바위, 석회석 채굴장에서 액티비티 체험장과 공원으로 변신한 무릉별유천지, 묵호항과 논골담길까지 이미 유명해진 관광지들이 동해시에 즐비하다.


알록달록한 색을 입은 어달항 테트라포드


새로운 곳은 더있다. 후발주자이지만 찾는 이들의 미소 어린 눈길을 모으고 있는 곳이 묵호항과 대진항 사이 어달항과 어달해변이다.

한국사람들은 유독 사진찍기를 좋아한다. 그것도 풍경을 배경으로 자기 사진을 찍기 좋아한다. 좀 예전 일이지만, 관광지에 가면 서양인들은 풍경을 그대로 담는데 한국인들은 자신이나 일행이 사진에 들어가야 한다. SNS가 활발해지면서 요즘 애들도 마찬가지다. 포토 명소가 바로 관광지다.

어달항도 그런 트렌드를 잘 노렸다. 방파제 옆 쌓아놓은 콘크리트 테트라포드(Tetrapod)에 노랑, 분홍, 초록, 파랑의 화려한 원색을 입혔다. 바다도 예쁘고 항구도 예쁘지만, 마카롱 같은 예쁜 색의 테트라포드를 배경으로 사람들은 저마다 포즈를 취한다.

최근 한 연예인이 테트라포드에 누워 찍은 사진을 올렸다가 법 위반이 아닌지 논란이 된 적이 있었는데, 사진 욕심보다는 자신의 안전을 위해 태트라포드는 사진 배경으로만….

아침햇살정원이라는 곳도 포토존이다.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북적인다. 바다 쪽 길에는 걷다가 간단하게 맛볼 수 있는 노점들이 이어져 있다. 아마도 휴가철 반짝 장사인 듯하다. 길 건너 반대편에는 회와 가리비, 곰치국 등 음식점이 즐비하다. 역시 맛집들에는 줄이 길다.


카페어달 창 너머로 본 어달항


카페 어달에서는 어달항과 바다를 조금 더 멀리서 넓게 그리고 시원하게 볼 수 있다. 어촌계에서 운영하는 곳이라는데 들어서면 3면이 창으로 돼 있어 바다와 항구와 눈을 마주치며 커피를 마실 수 있다. 더위에 쉬어가며 조곤조곤 대화하거나 바다를 바라보며 혹은 배경으로 책을 읽거나 노트북을 켜고 무언가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카스테라가 맛있는 곳’이라고 쓰여 있는데…. 진짜 맛있다. 카페 쪽문으로 나가면 색색의 테트라포드가 옆으로 쭉 이어진 길이라 여기에도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많다.


어달해변



어달해변은 망상에 비하면 단출하다. 인근 대진해변은 서퍼들이 주로 찾는다. 이래저래 조금 딸리는데 반전은 밤이다. 해변을 따라 이어진 해변포차 때문이다. 항구나 어시장 야장은 가봤지만, 모래사장 위 테이블에 앉아 파도소리를 들으며 한잔하는 체험은 술꾼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다.

300m 해변을 따라 120개 정도의 파라솔과 테이블이 놓여 있다. 영업점으로 따지면 해변포차는 세 군데 정도다. 조리해주는 음식을 주는 곳도 있고 편의점 수준의 인스턴트 음식만 취급하는 곳이 있으니 취향에 따라 물어보고 앉아야 한다. 해변 초입은 불야성이고 들어갈수록 한적하다. 안주와 거리 때문인듯하다.

우리는 안주보다는 한적함을 골랐다.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먹은 안주인데도 값이 싼 편이 아니다. 그러나 손님이 없어 우리끼리 오붓한 분위기이니 가게를 통째로 빌렸다고 생각하면 싼값이다.

시끄러운 음악 소리와 폭죽을 쏘는 사람들은 이곳에서도 피할 수 없다. 어찌하리. 이 또한 즐기면 듣고 바라보게 된다. 파도소리는 여전하고 친구들과의 대화도 멈추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한여름밤의 꿈이었을까.

양양이 서핑과 파티로 떴다면 속초에는 가족 단위 여행객이 많다고 한다. 찾은 세대와 관광의 목적, 노는 모습이 동해안 관광지마다 차별화되는 모습이다. 동해는 어떤 모습일까. 옛것이 남아있고 새로운 것이 생겨나고 있어 아직은 진행형이다. 새로운 곳, 그것이 매력이다. 동해에는 동해시가 있다.



울창한 자연 속에 남은 과거
등록문화재 ‘DB메탈 사택’


DB메탈 사택 단지


‘DB메탈 사택’도 동해시의 새로운 포토 명소다. 일제 강점기 강원도 광물자원을 수탈하고자 일제가 설립한 ‘삼척개발’의 직원들 숙소로 지어졌다. 100가구여서 ‘100호 사택’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오래된 집들이 오와 열을 맞춰 늘어서 있는데 주거하는 사람의 회사 지위에 따라 배치됐다. 고위직을 위한 A호, 간부직을 위한 1호와 3호, 결혼하지 않은 직원들이 묵는 합숙소 등의 설명이 붙어 있다.

내부는 우리 온돌과 일본식 다다미가 사용됐다. 한국, 일본, 서양의 건축양식이 공존하고 일제시대 노동자의 주거 형태 등을 잘 알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군산 등지의 일본식 ‘적산가옥’처럼 오래된 근대 가옥들이라 ‘이 시대에 새로운 볼거리가 된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모습이라 특이하고 묘하다. 봄과 가을에 벚꽃이 피고 은행나무가 찬란하면 오래된 건물들과 어우러진 모습이 더욱 이색적이고 예뻐서 사진을 찍으러 오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한다. 사실 그래서 명소가 됐다. 사진을 찍고 인스타그램에 올릴 수 있는 새로운 곳이 ‘핫플레이스’다.


안에 들어가 볼 엄두는 내지 못했고, 몇 곳에는 자물쇠가 채워져있다. 허름한 창으로 안을 들여다보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게다가 지금도 사람이 거주하는 곳이 여럿 있다.


DB메탈 사택에는 여전히 거주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는 사람들만 아는 곳이었는데 영화 ‘공작’에서 북한 장마당 모습을 이곳에서 세트로 재현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이곳은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다. 보존과 개발, 과거와 새로움, 거주민과 관광객, 낡은 창고 같은 오래된 건축물과 울창한 자연이 공존한다.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궁금하다.


글ㆍ사진=김정석 기자 j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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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부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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