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이원석 검찰총장의 임기 만료가 다음달 15일로 다가오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수사를 이 총장이 임기 안에 마무리 짓고 물러날 수 있을지 법조계는 물론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집중된다.
우선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이 총장에게 사전 보고 없이 김 여사를 검찰청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로 소환 조사했다는 이른바 ‘황제 조사’ 의혹이 불거지면서 ‘총장 패싱’ 등 검찰 내홍까지 번졌지만, 법조계에서는 대체로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여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수사심의위는 국민적인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쏠린 사건에 대한 수사의 계속 여부나 기소 여부,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검찰 외부 인사들이 심의하는 기구로, 이 총장이 직권으로 수사심의위를 소집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앞서 이 총장은 ‘10ㆍ29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과 최성범 전 용산소방서장에 대한 기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수사심의위를 직권으로 소집한 적이 있다.
반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경우 앞서 기소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에 대한 2심 판결에 따라 수사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이 총장의 임기 안에 최종 결론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권 전 회장 등에 대한 2심 판결은 다음달 12일 선고될 예정이다.
저간의 사정이 어찌 됐든, 검찰이 4년 넘게 김 여사 관련 수사를 뭉개는 동안 ‘공정한 수사’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이미 어느 정도 깨진 상황에서 검찰이 어떤 선택을 내놓을지 자못 궁금하다. 특히 이 총장은 자신의 임기 중에 김 여사 관련 사건을 매듭짓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2년 전 취임사에서 고대 중국 사상가인 한비자의 경구 ‘법불아귀(法不阿貴ㆍ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 승불요곡(繩不撓曲ㆍ먹줄은 굽은 것을 따라 휘지 않는다)’을 인용해 “법 집행에는 예외도, 혜택도, 성역도 있을 수 없다”고 공언했던 이 총장은 김 여사 조사 방식에 대한 비판이 일자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인 바 있다. 이 총장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을 심우정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도 수사 결론에 대한 부담감은 마찬가지일 듯하다.
흔히 검찰을 두고 ‘양날의 검(兩刃之劍)’이라 말한다.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이로울 수도, 해로울 수도 있다는 뜻이다. 과거 검찰이 최고 권력자의 뜻에 따라 자기 편을 겨냥한 수사는 뭉개는 대신 반대 세력은 짓밟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수긍이 간다.
하지만 검찰은 때로는 ‘살아있는 권력’에 손을 대 역사의 흐름을 바꿔 놓은 적도 있다. 과거 이 총장과 사법연수원 27기 동기인 검사들은 ‘동기들 중 누가 최고의 검사냐’는 질문에 이구동성으로 “이원석”이라는 답을 내놨다고 한다. 이 총장이든, 차기 검찰총장이든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사 결과를 내놓길 바랄 뿐이다.
이승윤 기자 leesy@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