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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 다닐 때 여학생 외모 평가한 교사… 대법 “임용 후 징계 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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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8-19 11:18:16   폰트크기 변경      
“교대 재학생은 공공기관 종사자 아냐… 징계시효 지나”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교육대학교에 다닐 때 여자 신입생들의 외모를 평가하는 자료를 만들어 물의를 빚은 초등학교 교사에 대해 교육청이 교사 임용 이후 징계 처분을 내린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교대 재학생은 ‘공공기관 종사자’로 볼 수 없어 옛 교육공무원법상 징계시효(10년)를 적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국가공무원법상 징계시효(3년)도 이미 지났다는 이유다.


서초동 대법원 청사/ 사진: 대법원 제공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교사 A씨가 “견책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2015년 서울교대에 입학한 A씨는 이듬해 남자 재학생들과 졸업생들만 모이는 이른바 ‘남자 대면식’에서 쓰기 위해 신입생 소개자료를 만들면서 여자 신입생들의 외모를 평가하는 내용을 담았다.

몇 년 뒤 이 사실이 알려져 ‘성희롱’ 논란이 일자 서울시교육청은 서울교대 졸업생 중 교사로 임용됐거나 임용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감사에 나섰다. A씨는 2019년 임용시험에 합격한 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이후 2020년 교육청이 ‘품위 유지 의무’ 위반을 이유로 견책 처분을 내리자 A씨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는 교대 재학생을 공공기관 종사자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국가공무원법상 징계시효는 3년이지만, 공공기관 종사자나 사용자, 근로자가 성희롱 행위를 할 경우 징계시효 10년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1ㆍ2심은 “A씨에 대한 징계 처분은 옛 교육공무원법에서 특별히 장기로 정한 징계시효가 지나지 않아 적법하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공공기관 종사자에는 전형적인 공공기관의 임직원뿐 아니라 공공기관과 일정한 관련을 맺고 공공기관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사람도 포함되는 만큼, 교대 재학생도 공공기관 종사자로 봐야 한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공공기관 종사자에 해당하려면 적어도 상당 기간 공공기관과 일정한 관련을 맺고 공공기관 업무를 수행할 것이 요구된다”며 1ㆍ2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당시 A씨는 교대에 재학 중인 학생으로서 공공기관 업무를 수행하는 게 아니라 계약상ㆍ법률상 원인에 의해 공공기관으로부터 일정한 역무를 제공받는 사람이었을 뿐, 교대의 특수성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상당 기간 공공기관과 일정한 관련을 맺고 공공기관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사람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의 비위사실에 대해서는 옛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3년의 징계시효가 적용된다”며 “A씨에 대한 징계 의결 요구는 비위사실이 발생한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한 2020년 3월 이뤄졌으므로 징계 처분은 징계시효가 경과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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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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