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민 “GB해제 후 청년층 위한 주택 공급 최적지”
원지동쪽에서 바라본 강남구 일원. 사진 : 박노일 기자 |
정부는 8ㆍ8 부동산대책을 통해 서울, 수도권 일원의 그린벨트(GB) 해제를 공식화했다. 서울 집값의 상승세에 대응하기 위해 앞으로 서울을 포함한 우수한 입지의 수도권 신규택지 8만호를 신규 발굴하고, 지구 지정 등 본격적인 행정 절차를 신속하게 추진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이에 따라 신규 택지가 공급될 후보지역, 특히 GB로 묶인 지역 가운데 서울 근교 지역 중 보존가치가 떨어지는 곳을 중심으로 GB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구체적인 대상지는 오는 11월 발표 예정이다. <편집자 주>
정부의 8ㆍ8 부동산대책에 따라 서울 서초구 원지동 일원이 GB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GB해제 카드를 꺼낸 것은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보금자리주택을 짓기 위해 서울 서초구 내곡동과 강남구 세곡동 일원의 GB 약 5㎢를 해제했다. 원지동 일원은 12년 전 풀렸던 내곡동, 세곡동 지역에서 보면 경부고속도로 건너편이다. 지역주민들은 GB해제가 가능한 규모로 9만∼25만평로 추정하고 있다.
이 지역은 양재역에서 2km 남짓 거리다. 초입에는 신분당선 청계산입구역이 운영 중이다.
자동차로 청계산입구역을 지나 경부고속도로 하단의 굴다리를 횡단하자마자 비포장도로가 나온다. 지역주민들은 여러 차례 도로포장을 요청했지만 별 조치는 없다고 말한다.
완만한 산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여기저기 농장이 눈에 띈다. 한눈에 보더라도 이미 보존가치를 상당 부분 훼손된 지역이다. 산 아래 지역이어서 나무가 빼곡한 지역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지역은 GB구역으로 묶이기 전부터 이미 주민들이 농사짓고 살던 땅이다. 대부분 밭이지만, 지금은 농사를 지을 수 없어 나무를 심어놓거나 그대로 방치된 채 잡풀만 무성한 곳이 많았다.
원지동 산기슭에서 수해복구공사가 한창이다. 사진 :박노일 기자 |
산기슭을 올라가니 공사용 차량이 눈에 들어온다. 수년 전 수해로 훼손된 새원천을 복구하는 공사다. 지역주민들은 전에는 폭이 2m가량이었지만, 수해로 지금은 10m나 된다고 말한다.
부모세대로부터 상속받은 토지주들이 많지만, 이들 역시 대부분 60세를 훌쩍 넘었다.
원지동에서 바라 본 양재동 일원. 사진 : 박노일 기자 |
/과거 기업형 임대주택ㆍ한옥마을 추진도
지역 주민들은 지난 2016년 GB해제를 통한 개발을 촉구하기도 했다. 당시 주민 70여 명은 20216년 4월 GB 해제를 추진키로 뜻을 모았다. 이후 대형건설사인 D사와 부지개발 방향을 논의하기도 했다. 기업형 임대주택 건설을 우선 검토했다. 이어 국토교통부는 물론 관할 구청인 서초구청과 GB 해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호소했지만, 끝내 무산됐다.
2018년에는 청계산 바람골 지역발전위원회(가칭) 발족하기도 했다. 한옥마을 건립을 추진했지만, 이 역시 GB해제가 전제조건이어서 사실상 물 건너 간 상황이다.
지역주민 김모(75)씨는 “50여 년 전 대치동과 원지동은 비슷했다. 배밭도 많고, 대부분 농지였다. 그러나 지금은 천지차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신규 택지를 활용해 신혼부부, 청년 대상 주택 공급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며 “그 조건을 충족하는 곳이 바로 원지동 일원”이라고 강조했다.
/주민 숙원 이번에는 이뤄지나?
이 지역 주민들의 숙원은 무엇보다 GB해제다.
지역주민 최모(70)씨는 “여기는 자연녹지가 적고 대부분 밭(田)이다. 실질적으로 GB로서 효용 가치나 기능을 상실한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부 지역에서 농장을 조성해 운영 중이지만, 대부분 토지소유주가 나이가 들면서 농사보다는 소나무 등을 심어놓거나 일부는 그대로 방치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주민 나모(68)씨는 “이명박 정부 때 잠실 등 강남권 아파트 값이 크게 올랐는데, GB를 해제해 집값이 잡힌 적이 있다”며 “정부의 8ㆍ8대책에 GB해제가 포함된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적절한 시기에 탄력적으로 GB를 해제하면서 탄력적으로 주택을 공급했다면, 지금처럼 집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양재동 지역이 R&D 관련한 대기업의 연구소 등이 많이 들어오게 되면, 좋은 인재들이 좋은 환경에서 안락한 주거생활을 위한 주택공급이 필요할 것”이라며 “원지동 지역이 최고의 적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모씨 “기존 신도시개발 과정 등에서 GB해제와 관련해 보상문제로 시끄러운 사례가 많았지만, 이 지역 사람들은 정부가 필요해서 쓸 수 있는 땅을 합리적인 선에서 보상을 받기를 원한다”며 “수십 년간 재산권 행사를 못 했지만, 정부의 방침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여타 GB해제 지역을 보면 대부분 공장이나 건축물 등이 많은데, 이곳은 소수의 기존 주택과 비닐하우스 외에 별다른 시설이 없다”며 “GB해제, 보상, 택지개발 등 주택공급의 흐름이 가장 빨리 진행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곳이라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나모씨는 “주민 동의가 70% 이상이며, 투기적 세력이 적은 것도 이 지역의 장점”이라고 밝혔다.
박노일 기자 roy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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