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중대재해 반복되면 엄벌 불가피”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24-08-22 15:40:25   폰트크기 변경      
‘징역 2년ㆍ법정구속에 벌금 20억’ 최고형 나와

‘1년내 3명 사망’ 삼강에스앤씨
사고 후에도 안전개선대책 외면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 가운데 세 번째 실형 선고가 나왔다.


법원이 ‘중대산업재해가 반복되는 구조적인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엄벌이 불가피하다’는 메시지를 다시 내놓은 만큼 기업들은 안전보건 확보의무 이행에 더욱 신경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지법 통영지원 형사단독1부 류준구 부장판사는 전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송무석 전 삼강에스앤씨 회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삼강에스앤씨 법인에도 벌금 20억원이 선고됐다.

이는 지금까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실형이 선고된 3건 가운데 가장 높은 형량이자 벌금 액수다.

2022년 2월 경남 고성의 삼강에스앤씨 조선소에서는 협력업체 근로자 A씨가 선박 화물창 내부에 설치된 안전난간 보수작업을 하다가 약 8m 아래로 떨어져 숨지는 사고가 벌어졌다.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인 송 전 회장은 이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 등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업장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유예 기간이었던 2021년 3월과 4월에도 근로자가 작업 도중 사고로 숨졌다. 게다가 송 전 회장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로 이미 7차례나 처벌받은 상태였다.

수사ㆍ재판 과정에서 송 전 회장은 ‘이미 더 이상 뭘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주의의무를 기울여 모든 조치를 다했는데 피해자의 잘못으로 사고가 발생해 오히려 회사가 손해를 봤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법원은 회사가 송 전 회장의 책임 회피를 위한 조직 개편 등의 준비에만 급급했을 뿐 근로자의 안전 보장은 뒷전으로 해 엄벌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류 부장판사는 “송 전 회장이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긴 했지만 회사 운영 방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중대산업재해가 거듭 발생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시간ㆍ비용 절약을 근로자의 안전 보장보다 우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엄벌에 처하지 않으면 또다른 산업재해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법조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ㆍ시행 이후에도 사고 재발방지 조치 등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제대로 구축하지 않은 기업의 구조적 문제가 결정적인 실형 사유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중대재해자문그룹 부문장인 김영규 변호사는 “산업재해가 반복되는데도 별다른 개선 조치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사고가 날 경우 ‘기업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게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취지”라며 “법원이 기업 안전 시스템의 부실로 인한 중대산업재해 반복을 ‘기업범죄’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산업안전보건법과는 다른 차원에서 삼강에스앤씨의 안전 시스템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보고 실형을 선고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수사ㆍ재판 과정에서 송 전 회장이 보인 태도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류 부장판사는 “법정에서도 피해자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은 채 시종일관 따분하고 귀찮다는 듯한 불량한 자세로 일관했다”고 질타했다.

<대한경제> 집계 결과 지금까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 가운데 1심 판결이 선고된 사건은 20건으로, 경영책임자에게 실형이 선고된 사건은 이번 사건을 포함해 3건(15%)이다. 나머지 17건은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1심에서 실형 선고와 함께 법정 구속된 사례는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이 확정된 한국제강 대표이사 성모씨뿐이었다.


지난 4월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엠텍의 대표이사 이모씨의 경우 법정 구속은 피했다.

김 변호사는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안전제일 경영을 하겠다’는 의지를 전 구성원과 공유하고, 실제로 산업 현장의 유해ㆍ위험 요인을 개선하는 조치까지 이어져야 실질적으로 산재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게 이번 판결의 가장 중요한 의미”라고 강조했다.


결국 컴플라이언스(Complianceㆍ준법경영) 차원에서 기업들이 안전보건체계를 다시 점검한 뒤 미비한 부분은 적극 보완하는 게 형사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해 중대산업재해로 사망자가 발생하면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하는 동시에 해당 기업도 50억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의무 위반이 고의ㆍ중대한 과실로 인정되면 5배 이내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책임까지 져야 한다.

이승윤 기자 leesy@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프로필 이미지
정치사회부
이승윤 기자
leesy@dnews.co.kr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