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김희용 기자] 글로벌 항공사들이 중국 노선을 둘러싸고 상반된 전략을 펴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서구 항공사들은 수익성 저하와 지정학적 리스크로 중국 노선을 축소하거나 운항을 중단하고 있는 반면, 한국 항공사들은 중국 노선을 확대하며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항공정보업체 OAG는 성수기인 올여름 북미와 유럽에서 중국으로 가는 국제선 항공편 수가 2018년 최고치인 1만3000편에서 60% 이상 줄었다고 밝혔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 항공사들은 중국행 항공편을 대폭 축소하거나 운항 중단을 선언한 상태다. 브리티시 항공은 오는 10월부터 런던-베이징 노선의 운항을 최소 1년 동안 중단할 예정이며, 버진 애틀랜틱 항공도 중국에서의 철수 발표와 함께 오는 10월 25일부터 런던-상하이 항공편 운항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호주의 콴타스항공 역시 지난달 시드니-상하이 노선 운항을 중단했다.
서구의 항공사들이 잇달아 중국 노선을 외면하는 것은 코로나 엔데믹 이후에도 중국 노선의 수요가 회복되지 않으며 운영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러시아의 영공 통과 금지 조치가 더해지며 수익성이 더욱 악화됐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발발한 후, 서방 항공사의 러시아 영공 비행은 금지된 상태다. 이에 미국, 유럽 등의 항공사들은 동아시아 지역을 오갈 때 러시아 영공을 우회 운항하느라 비행시간과 연료 비용이 크게 늘어났다.
반면, 한국 항공사들은 중국 노선을 적극적으로 넓히는 중이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에 따르면 올해 1∼7월까지 한국의 중국 노선 운항편 수는 6만1136편으로, 작년 동기 2만7832편 대비 2.8배 이상 늘었다.
여객과 화물 운송도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중국 노선을 이용한 여객수는 265만6526명에서 759만3049명으로 대폭 증가했으며, 화물 운송량 역시 31만4266톤(t)에서 40만4171t으로 반등했다.
하반기 들어서도 국내 항공사들은 중국 노선을 더욱 확대하는 추세다.
대한항공은 지난달부터 부산-상하이 노선, 제주-베이징 노선에 주 7회 운항을 재개했다. 인천-허페이 노선은 지난 19일부터 주 5회, 하루 1회 운항하던 인천-톈진 노선은 이달 5일부터 10월 20일까지 매일 2회 운항으로 늘렸다. 부산-베이징 노선은 다음달 16일부터 주 6회, 인천-쿤밍 노선은 10월 14일부터 주 4회 운항을 재개한다.
또한, 에어프레미아와의 미국-중국 간 인터라인(노선 연계운항) 협력으로, 뉴욕ㆍLAㆍ샌프란시스코를 출발해 인천을 거쳐 중국으로 가는 12개 노선을 추가했다. 이에 따라 두 항공사의 연계운항 노선은 25곳으로 늘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달 들어 텐진 노선을 주 7회, 다롄 노선을 주 10회로 증편했다. 이어 다음달 2일부터 선전 노선 주 7회, 9일부터 시안 노선 주 5회, 30일부터 김포-베이징 노선을 주 7회로 각각 재운항할 예정이다.
이스타항공은 다음달 30일부터 인천-정저우 노선을 주 4회 스케줄로 운항 재개한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4월에도 약 4년 2개월 만에 인천~상하이 노선을 재개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노선에 대해 서구와 국내 항공사들의 접근 방식이 다른 것은 각자 처한 환경과 중국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한ㆍ중 양국 간 관광 및 비즈니스 수요가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중국발 전자상거래 물량 확대로 화물 운송 수요도 늘고 있어, 향후 수익성이 더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희용 기자 h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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