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가 현재 3.50%인 기준금리를 또다시 동결했다. 작년 2월 이후 13차례, 한은 설립 이래 가장 긴 연속 동결 기록이다. 최근의 집값 상승 흐름과 가계대출 증가 등을 고려한 결정이다. 너무 일찍 기준금리를 낮추면 자칫 부동산ㆍ금융시장 불안의 부작용이 이자 부담 경감 등에 따른 경기 회복 효과보다 클 수 있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더구나 현재 역대 최대인 미국과의 금리차(2.0%p)를 고려할 때 연방준비제도의 9월 피벗(통화정책 전환) 여부와 인하 폭 등을 확인한 뒤 내리는 게 외국인 자금 유출 등을 방어하는 데도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금통위가 금리 인하에 대한 정부ㆍ여당의 압박과 시장의 기대에도 불구,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피벗을 미룬 것은 무엇보다 불안한 부동산ㆍ금융시장 때문이다. 금리 결정 요소 가운데 최근엔 물가 비중은 줄고 반대로 가계부채, 주택가격의 비중이 훨씬 커졌다. 7월 서울 주택매매 가격지수는 6월보다 0.76% 올라 2019년 12월(0.86%) 이후 4년7개월 만에 상승 폭이 가장 컸다. 대출 금리 인상에도 가계대출 증가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6월 2.4%에서 7월 2.6%로 반등하는 등 안심할 수 있는 물가 상황이 아니다.
하반기 우리 경제의 최대 과제는 실물경제 저변에 두껍게 깔려 있는 불안심리, 즉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극복하는 것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금리 인하가 시급하다. 금리 인하는 급속히 무너지고 있는 내수 시장을 되살리고 불안감에 시달리는 기업 심리까지 회복시키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금통위는 정부의 ‘8ㆍ8 부동산 대책’ 등의 효과를 보고 금리 인하 시점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계속 군불만 때다가는 내수경기 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다음달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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