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종무 기자] 지난달 말 일반 분양에 나선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펜타스’는 전용 면적 84㎡ 기준 분양가격이 23억3000만이었지만 20억원 이상의 시세 차익이 예상됐다. 분양가 상한제 지역으로 인근 단지인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84㎡가 약 50억원에 거래되면서다. 1순위 청약에서 178가구 모집에 9만3864명이 지원해 527.3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정작 계약에 들어가자 50가구가 부적격 당첨으로 계약을 못하거나 계약을 포기했다. 잔여 물량은 예비 당첨자에게 돌아갈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청약을 진행할 때 부적격 당첨자 등이 나올 것을 대비해 공급물량의 500%를 예비 당첨자로 뽑는다.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펜타스’ 전경. /사진:삼성물산 건설부문 제공

23일 분양업계 등에 따르면 세 자릿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던 래미안 원펜타스에서 계약 포기가 속출했다. 이 단지는 당첨자 가운데 만점 통장 보유자가 3명 나왔고, 최저 당첨 가점도 전용 137㎡ B형(69점) 1개 평면을 제외하고 모두 70점을 넘겼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계약을 못한 당첨자가 대거 발생했다. 전체 일반 분양 물량 292가구 중 17%인 50가구(특별 공급 29가구, 일반 공급 21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이 아파트는 후분양 단지로 오는 10월20일까지 잔금 납부와 입주를 마쳐야 한다. 그런데 서류 검토 결과 부적격으로 당첨이 취소되거나 자금 조달에 부담을 느낀 청약자가 당첨을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른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높은 당첨 가점에 부정 청약 의혹이 제기돼왔다. 청약 가점 만점을 받기 위해서는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32점), 청약 통장 가입 기간 15년 이상(17점), 본인 제외 부양 가족 6명 이상(35점) 등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한데 함께 거주하지 않는 부모 등을 세대원으로 편입하거나 위장 전입 등으로 가점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편법을 쓴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국토교통부가 조사에 나서겠다고 한 점도 당첨 포기에 영향을 일부 미쳤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펜타스’ 잔여 물량 현황. /사진:삼성물산 건설부문 제공

막상 계약 단계에서 포기자가 잇따르는 데는 고분양가 영향도 거론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의하면 지난달 말 서울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4401만700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서울 아파트 3.3㎡당 분양가는 올해 들어 1월 3713만7000원, 2월 3787만4000원, 3월 3801만원, 4월 3890만9000원, 5월 3869만8000원 등으로 4000만원 선을 넘지 못했지만 지난 6월 4190만4000원에 이어 불과 한 달 새 4400만원대로 뛰었다. 6년 전인 2018년 2월(2192만1000원)과 비교하면 6년 5개월 만에 2배 이상 오른 셈이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1월 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 지역이 분양가 상한제에서 벗어난 뒤, 코로나19 엔데믹을 거치면서 공사비가 급등하며 천정부지로 치솟는 분양가로 당첨자들이 계약을 앞두고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고금리로 대출 여건도 좋지 않은 데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분양 전 중도금 대출 상품도 적용될 예정이어서 앞으로 고분양가 단지에서 일부 잔여 물량이 속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무 기자 jm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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