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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법 구실, 고의지연 협박”… 레미콘 운송비 협상 과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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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8-26 06:00:12   폰트크기 변경      
수도권 권역별 협상 장기화

경기남부, 준법운행 결의 공문 

“상차 후 90~120분 초과 시 건설현장 보고 후 지시 따름”

건설ㆍ제조사 “명백한 태업…비노조 신분 파업도 불법”


한국노총 산하 레미콘운송노동조합이 운송비 인상 협상을 촉구하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간 지난 7월 1일 오전 경기도 안양시의 시멘트 공장에 레미콘 차량들이 세워져 있다./ 연합


[대한경제=서용원 기자]권역별로 나뉘어 진행되는 수도권 레미콘 운송비 협상이 장기화한 가운데, 안성ㆍ평택(이하 경기남부) 지역 레미콘 조합이 사실상 ‘태업’을 선언하면서 협상이 과열되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경기남부 지역 한국노총 레미콘운송노동조합은 지난 22일 경기남부 레미콘 제조사들에 공문을 보내 ‘준법운행 결의’ 소식을 알렸다.

공문에는 오는 9월 9일부터 △차량 운행 중 도로교통법상 신호 체계 및 규정 속도 준수 △상차 후 90∼120분 초과 시 예외 없이 건설현장에 보고 후 지시에 따름 △우중 타설 거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조합원 측은 “7월부터 운반비 인상을 위한 교섭이 3차례 진행됐으나 진척이 없다”면서, “협상의 조기타결과 적정 단가 확보를 위한 준법운행을 결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9월 30일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강력한 현장투쟁’에 돌입하겠다며 파업까지 예고했다.

수도권 레미콘 제조사들은 7월부터 한국노총 조합원들과 수도권을 12개 권역으로 나눠 레미콘 운송비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두 달 가까이 지난 시점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역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노조에서 요구한 인상안 평균액은 회전(운송)당 8200원이다. 현재 수도권 평균 레미콘 운송비는 1회전 기준 6만9330원으로, 8200원 인상 시 7만7530원으로 11.8% 오르게 된다. 반면, 레미콘 제조사들은 동결이나 소폭 인상을 제시한 상황이다.

경기남부는 8000원 인상(노조)과 1000원 인상(제조사)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는데, 조합에서 돌연 준법운행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건설사 및 레미콘 제조사 측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사실상 ‘협박’이라고 호소한다. 특히, ‘상차 후 90∼120분 초과 시 예외 없이 건설현장에 보고 후 지시에 따름’ 부분은 명백한 ‘태업’이라는 지적이다. 90분 내 현장 운송 및 타설을 완료해야 하는 제품의 특성상 레미콘 공장은 거점별로 촘촘히 포진되어 있는데, 준법운행을 트집잡아 고의적으로 운송시간을 늘릴 것이라는 주장이다.

레미콘이 적정 시간을 넘어 공사현장에 도착해도 운송업자는 정상적인 운송비를 보장받지만, 제조사는 공사현장에 새 레미콘을 다시 보내줘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러 차량 속도를 줄여 운송 지연을 하겠다는 협박이나 다름없다”면서, “기름값 등을 제조사들이 대신 내주고 있는데, 요금인상 명분을 모르겠다”고 전했다.

파업 예고도 협박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고용노동부 산하 경기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개인사업자 지위를 갖는 레미콘 기사들에 대해 노동조합법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으며, 레미콘운송노조는 ‘노조’가 아니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불법’을 무릅쓰고라도 파업을 강행할 경우 제조사의 피해는 불 보듯 뻔하다. 건설경기 악화로 인해 지난해 전국 레미콘 출하량이 11년 만에 최하치를 기록한 상황에서 불법파업으로 운송중단에 처하게 되면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는 자체 믹서트럭을 보유하고 있는 대형 제조사도 마찬가지다. 지난 7월 1∼3일 휴업 때 조합원들은 공장 문을 막아서며 자체 믹서트럭의 운행을 저지했다.

이와 관련, 경기남부 레미콘 제조사 측은 “원만한 해결을 위해 최대한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면서도 입장 차가 커 타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용원 기자 an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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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기술부
서용원 기자
anton@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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