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종무 기자] 정부의 ‘8ㆍ8 부동산 대책’과 서울시의 ‘엄포’에도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대책 이후로도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계속 치솟으면서다. 기존 토지거래허가제도(토허제) 지정 구역인 송파구 잠실동에선 3.3㎡당 1억원 천장이 또 뚫렸다.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 남산에서 본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 |
2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용 면적 81㎡ 매물이 31억7500만원에 거래됐다. 해당 유형 역대 최고가 거래다. 지난달 같은 유형이 30억4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1억3500만원이나 오른 것이다. 불과 한 달 새 다시 3.3㎡당 1억원을 돌파한 셈이다.
잠실주공5단지 외에도 ‘잠실 리센츠’ 전용 84㎡는 지난 20일 26억6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했다. 1년 전 22억~23억원에 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약 4억원 올랐다. 이밖에도 ‘잠실 엘스’ 전용 84㎡는 지난달 27억원에 팔리면서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른바 ‘엘리트(엘스ㆍ리센츠ㆍ트리지움)’로 불리는 ‘잠실 대장주 아파트’ 모두 비슷한 시기 신고가 거래가 나온 것이다.
송파구 잠실동은 강남구 압구정ㆍ대치동, 양천구 목동 등과 함께 토허제 구역이다. 토허제 구역에서 토지를 거래하려면 시ㆍ군ㆍ구청장 허가를 받아야 하고 실거주 목적이 아니면 거래할 수 없다. 부동산 가격 급등이 우려되는 개발 예정지나 주변의 투기 거래를 막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8ㆍ8 부동산 대책 이튿날인 지난 9일 “부동산 시장에서 신고가가 발생하는 지역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필요한 경우 토허제 구역 확대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지만, 최근 토허제 지역에서 신고가가 잇따르면서 토허제 실효성 논란이 커지는 모습이다.
실제 8ㆍ8 부동산 대책과 토허제 확대 검토에도 집값 상승의 불씨는 잠실동 이외에도 토허제 구역인 서울 핵심지로 옮겨붙고 있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시범 아파트’ 79㎡는 지난 16일 21억원에 매매되며 신고가를 찍었다. 이는 지난달 3일 앞선 거래가(19억5000만원)보다 1억5000만원이나 오른 가격이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봐도 이달 셋째 주(지난 19일 기준) 서울 주간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0.28%로 22주 연속 오름세를 유지했는데, 토허제 구역이 몰려 있는 강남3구(강남ㆍ서초ㆍ송파구)와 마용성(마포ㆍ용산ㆍ성동구) 지역이 상승세를 견인했다. 송파구 0.48%, 강남구 0.39%, 성동구 0.57% 등이다.
부동산 시장 선행 지표인 아파트 거래량도 비슷한 모습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의하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계약 건수는 모두 8534건으로 2020년 7월(1만1170건) 이래 4년 만에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8월 4042건에서 12월 1866건까지 완만하게 줄었지만, 올해 들어 다시 고개를 든 뒤 지난 3월(4402건) 이후 급증해왔다. 전날 현재 이달 거래량도 거래 신고 기한이 한 달 이상 남았지만 이미 1847건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아파트값 상승세가 빨라지면서 서둘러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고 입을 모아 분석한다. 대출 문턱을 한 단계 더 높이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가 내달 시행을 앞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관계자는 “똑똑한 한 채 열풍에 서울 집값이 더 오를 것을 예상하고 주요 단지에서 막차 수요가 몰리면서 신고가 거래가 폭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A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서울에서 같은 규제 지역이라면 가격이 더 상승할 수 있는 지역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종무 기자 jm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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