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력 없지만 여론에 결정적 역할
삼성 불법승계 의혹땐 불기소 권고
검찰, 기소했지만 무죄로 체면 구겨
내부선 “처벌 어렵다”고 판단한 듯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수사 과정을 들여다보고 수사 결과의 적법성을 평가하기 위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앞두고 법조계와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집중된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김 여사에 대해 ‘무혐의’로 결론을 내렸지만, 수사심의위가 어떤 의견을 내놓느냐에 따라 결론이 뒤집힐 가능성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 사진: 연합뉴스 |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23일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사건과 관련해 직권으로 수사심의위 소집을 결정했다. 이창수 중앙지검장이 김 여사에 대해 무혐의 판단을 보고한지 이틀 만이다.
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쏠린 사건의 수사의 계속 여부나 기소 여부,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심의하기 위해 2018년 1월 도입된 제도로, 법조계와 학계ㆍ언론계ㆍ시민단체 등 검찰 외부 인사로 구성된다.
이는 이 총장 스스로 여러 차례 ‘성역 없는 수사’ 원칙을 공언한 상황에서 이대로 무혐의 처분을 내릴 경우 검찰 수사의 공정성 논란을 불식시키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그동안 김 여사에 대한 수사를 뭉갰다는 비판은 물론, 중앙지검 수사팀이 이 총장에게 사전 보고 없이 김 여사를 검찰청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로 소환 조사했다는 이른바 ‘황제 조사’ 의혹이 불거지면서 ‘총장 패싱’ 등 내홍까지 번지기도 했다. 이 총장은 다음달 15일 2년 임기를 마친다.
수사심의위의 심의 결과는 권고적 효력만 가질 뿐,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검찰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대검찰청 예규인 검찰수사심의위 운영지침은 ‘주임검사는 현안위원회의 심의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강제성은 없다.
하지만 수사심의위에서 수사팀의 판단과는 달리 김 여사를 기소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올 경우 검찰의 부담이 더 커질 수도 있다.
실제로 검찰은 지난 2020년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해 수사 중단과 함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불기소해야 한다는 수사심의위 권고를 무시한 채 기소를 강행했지만, 올 2월 1심에서 전부 무죄 판결이 나오면서 체면을 구겼다.
반면 ‘10ㆍ29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책임과 관련해 당초 검찰은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을 불기소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수사심의위가 김 전 청장을 기소해야 한다고 권고하자 이를 그대로 따른 적도 있다.
다만 검찰 내부에서는 이번 수사의 결론이 국민 눈높이와는 맞지 않는다는 비판과는 별개로 현행법상 김 여사에 대한 처벌이 어렵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탁금지법상 금품을 받은 공직자의 배우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을 뿐만 아니라, 알선수재 등의 혐의는 직무 관련성을 비롯한 요건이 더 까다로워 적용이 어렵다는 이유다.
앞서 수사팀은 김 여사가 2022년 6~9월 최재영 목사로부터 300만원 상당의 명품 가방과 180만원 상당의 화장품 세트 등을 받았지만, 이는 윤 대통령의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과 관련이 없다고 판단했다.
최 목사는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의 국정자문위원 임명과 국립묘지 안장, 통일TV 송출 재개 등의 청탁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수사팀은 청탁이 김 여사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해당 선물은 청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고 봤다. 명품 가방은 청탁이 아닌 김 여사를 만나기 위한 수단이었고, 화장품은 윤 대통령 취임 축하를 위한 단순한 선물이었다는 것이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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