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인도 소송 패소 후 강제집행 불응
현금 57억 압류에 뒤늦게 ‘이의있다’ 소송
대법 “금전채권 이미 확정… 강제집행 적법”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신라젠이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행사를 두고 전직 임원과 벌인 소송에서 패소가 확정돼 거액을 물어주게 됐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신라젠이 회사 전무였던 A씨를 상대로 낸 청구 이의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사건은 신라젠이 상장 전인 2016년 8월 A씨에게 7만5000주(액면가 500원ㆍ행사가 4500원)에 대한 스톡옵션을 줬다가 이듬해 임원 고용 만료 통지와 함께 스톡옵션 부여를 취소하면서 시작됐다. A씨는 스톡옵션 행사를 거부당하자 ‘주식을 넘겨달라’며 소송을 냈다.
앞선 소송에서 1심은 2018년 9월 신라젠이 행사가에 해당하는 3억3750만원을 A씨로부터 받는 대신 7만5000주를 인도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신라젠의 주가는 주당 10만원대를 오갔다.
2심은 주식에 대한 강제집행이 불가능할 경우 신라젠이 변론종결 시점의 주가 약 7만6000원을 기준으로 A씨에게 현금으로 57억여원을 지급하라는 판결까지 내놨다. 이 판결은 2019년 9월 확정됐는데, 당시 주가는 1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이후 A씨는 주식 압류를 위한 강제집행에 나섰지만, 전자증권법 시행에 따라 강제집행이 어려워지자 다음으로 현금 57억여원을 확보하기 위한 강제집행 절차에 나섰다.
이에 신라젠은 그제서야 주식 7만5000주를 A씨 앞으로 변제공탁한 뒤 ‘강제집행에 이의가 있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신라젠은 “A씨의 강제집행은 주식을 받아 감으로써 완전히 이행이 가능함에도 오로지 돈만 받아 챙기려는 부당한 조치로서 권리남용”이라고 주장했다. A씨에게 주식을 인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만큼 주식이 아닌 현금 지급은 부당하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법원은 이번에도 A씨의 손을 들어줬다.
1ㆍ2심은 “주권 인도에 관한 강제집행이 적법하게 개시된 후 집행불능 됨으로써 선행 판결에 따른 A씨의 금전채권(현금 57억여원)이 확정적으로 발생한 이상, 그 이후에 신라젠이 A씨 앞으로 그 주권의 전자등록증명서를 공탁했다는 사정만으로는 금전채권이 소멸한다고 볼 수 없다”며 “선행 판결에 따른 강제집행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신라젠은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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