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내 딥페 사진 보낸 가해자…학교 친구면 어쩌죠?”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24-08-28 15:10:51   폰트크기 변경      
“비공개 계정인데 퍼져...공포에 떠는 10대들”

SNS 사진 지우고 카톡 프사도 내렸다

극에 달한 ‘딥페이크 범죄’에 학교도 비상

서울시교육청 긴급 ‘스쿨벨’ 발령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등장한 딥페이크 ‘피해학교지도’가 등장했다. /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가해자가 저의 SNS 친구 중 한 명일 수도 있단 사실이 가장 무서워요. 지금도 친하게 지내는 친구면 어쩌죠?”

경기도에 거주하는 A양(18)은 올해 초 익명의 SNS 메신저를 통해 욕설과 성희롱이 잔뜩 담긴 문자를 받았다. 문자에는 자신이 SNS에 올린 게시물을 성관계 이미지에 불법 합성한 ‘딥페이크’ 사진도 포함돼 있었다. 사진을 보자마자 A양이 든 생각은 ‘비공개 계정에 올린 사진을 어떻게 사용했지?’였다. 대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혹시나 자신의 가까운 학교 친구가 가해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학교 가기가 죽을 만큼 무서웠다”라고 증언했다. 도움을 청하기 위해 부모님과 인근 경찰서도 찾아갔지만, 가해자의 IP가 해외로 나와 추적이 어렵고, 사건 처리에만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는 답변만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최근 ‘딥페이크 성범죄’가 피해가 중ㆍ고등생 등에게 급격히 번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10대에 몰려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허위 영상물을 만들어 배포해 입건된 10대가 4년 새 약 2.5배 늘었난 것으로 밝혀졌다. 올해 7월까지 검거된 피의자 178명중 131명(73.6%)도 10대인 것으로 조사됐다.



딥페이크로 음란물을 합성해주는 텔레그램 프로그램 /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이들은 주로 텔레그램 등에서 전국 초ㆍ중ㆍ고의 이름이나 ‘지능방(지인 능욕방)’ ‘겹(겹치는)지인 방’ 등의 이름으로 딥페이크 합성물과 불법 촬영물을 제작ㆍ유포한다. 딥페이크 사진을 만들어 피해자에게 성희롱의 ‘능욕 메시지’ 등을 보내고 사라지는 과정을 인증하거나, SNS를 통해 겹치는 지인 피해자를 찾아 대화방에서 불법 촬영물을 끊임없이 조직적으로 재생산한다.

실제 본지 취재 결과, ‘XX(지역 이름) 겹지인방’이란 이름으로 개설된 텔레그램 방에는 하루에도 수십 개의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었는데, 주로 교복 입은 학생들의 몰카와 나체 합성 사진 등이었다. 여학생뿐만 아니라 남학생을 이용한 딥페이크 제작물도 하루 수십 건에 달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딥페이크 불법 제작물 요청 시 사진을 요구하는 텔레그렘 아이디(위 사진에선 모자이크 처리)를 온라인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 / 사진 : 엑스(Xㆍ구 트위터) 캡처


이에 온라인상에서는 ‘언제든 나도 당할 수 있다’는 공포감이 10대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불안감이 커지자 각종 자구책도 쏟아지고 있다. 엑스(Xㆍ구 트위터)와 각종 커뮤니티에는 ‘텔레그램 딥페이크 피해자 (학교)명단’이 등장했다. 해당 명단에는 전국적으로 100여개가 넘는 피해 학생들의 학교가 게재돼 있는데, 실시간으로 명단이 업데이트된다. 실제 28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이 명단에 포함된 학교를 점검한 결과, 40여 곳에서 실제 피해가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28일 밝혔다. 전교조 관계자는 “현재까지 딥페이크 피해를 입었다는 제보가 300여건 가량 들어왔다”며 “딥페이크 지도에 나온 곳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고 말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SNS와 카카오톡에 올린 사진의 사진 내리기가 한창이다. 올해 고2인 김서령(16)양은 “주변 친구들은 모두 사진들을 다 내리고, SNS 비밀번호도 바꿨다”라며 “나와 같은 동네에서 실제 피해자가 나왔단 소식을 들으니 남 일 같지 않아 예전처럼 편하게 SNS를 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일부 학교는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학생들에게 SNS 등에서 얼굴 사진을 내리라고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피해 학생이 속출하자 교육 당국도 긴급 대응에 나섰다. 지난 27일 교육부는 전국 시ㆍ도 교육청에 ‘디지털 성범죄 대응 및 예방을 위한 교육 안내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 학생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개인 정보를 드러내지 않고, 타인 정보를 전송하지 않도록 예방 교육을 실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딥페이크 음란물의 학생 피해와 가해 현황을 파악해 달라고 했다.

서울 경찰청도 서울시 교육청과 협력해 서울 내 초ㆍ중ㆍ고교 1374곳, 학부모 78만명을 대상으로 긴급 ‘스쿨벨’을 발령했다. 스쿨벨은 신종 학교 폭력 등이 발생하면 서울 지역 초ㆍ중ㆍ고와 학부모에게 가정 통신문이나 휴대전화 앱(응용 프로그램)으로 범죄를 알리는 시스템이다.

경찰은 특별단속에 나선다. 시ㆍ도 경찰청 사이버 성폭력 수사팀을 중심으로 28일부터 7개월간 딥페이크 탐지 프로그램을 활용해 범행을 분석하고 국제공조도 진행할 예정이다. 학교에선 학교 전담 경찰관(SPO)을 중심으로 한 범죄 예방 활동도 함께 진행된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27일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딥페이크 영상물은 익명의 보호막에 기대 기술을 악용하는 명백한 범죄 행위”라며 “ 철저한 실태 파악과 수사로 디지털 성범죄를 뿌리 뽑아 달라”고 당부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프로필 이미지
정치사회부
박호수 기자
lake806@dnews.co.kr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