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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설치미술의 멋진 콜라보....색다른 예술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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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8-28 15:05:35   폰트크기 변경      
한국의 대표적 듀엣 아티스트' 잇은', 노화랑에서 다음달 14일까지 개인전...근작 18점 소개

미술분야 아티스트 그룹은 통상 창작에 대한 집착과 열정이라는 공통 언어를 가지고 2~3명 혹은 여려 명이 함께 작업 결과물을 내놓는 예술행위다.  한마음 한뜻으로 동고동락하며 궁극적으로 작품 파워를 키워나가는 동시에 관람객들에게 더 깊게 다가가는 수단으로 행위예술을 발현한다. 그림이나 조각, 설치, 영상 등 모든 분야를 소재로 하나의 걸작을  만들어 관람객들과 소통하는 게 특징이다.  결코 건드릴 수 없는 성역 같은 것은 없다. 작업 과정에서 서로 많은 것을 탐색하고 활용하면서 작업 공간을 확대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세계적 미술가 앤디 워홀이나 데미안 허스트처럼 거대한 담론이 원하는 목표는 아니다. 서로의 제작 시스템을 융합해 관계성을 세상에 보여줄 뿐이다.

 한국에서는 김효정과 홍정욱이 참여한 ‘잇은(itt-eun)’이 대표적인 듀엣 아티스트 그룹으로 통한다.  2015년 노르웨이에서 만나 함께 작업하며, 직관적이고 감각적인 조형미를 추구해왔다. 그룹이름은 ‘잇은’은 잇다(연결)에서 파생된 단어에서 따왔다.

듀엣아티스트 그룹"잇은'의 'inter~'                                              사진=노화랑 제공


 지난 9년간 예술적 동행을 이어온 ‘잇은’의 작업을 모처럼 감상 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서울 인사동 노호랑에서 28일 개막해 다음달 14일까지 열리는 ‘잇은’의 개인전은 ‘인터(inter~)’란 은유적 주제를 화두로 삼고 몸부림치며 작업한 미학 세계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자리다. 설치 작업을 담당하는 홍정욱 작가와 평면 작업을 맡은 김효정 작가의 협업으로 제작한 근작 18점을 내놓았다.

전시를 기획한 노세환 노화랑 대표는 “설치 작업을 담당하는 홍정욱 작가와 평면 작업을 맡은 김효정 작가의 시각적 미감을 한편의 영화처럼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살아 숨쉬는 미감, 세련된 설치미,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흥미로운 스토리가 인상적이다. 시각적 리듬을 창출하는 독창적인 조형미의 색다른 스케일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도 그룹명 잇은의 어법이 생소했다. 두 작가는 “잇은은 잇다에서 파생된 단어”라고 짧게 말했다. 서로간의 연결뿐만 아니라 공간과 작품, 작품과 관객 사이의 연결을 의미한다는 얘기도 빼놓치 않았다. 두 사람은 “예술을 통해 다양한 요소들이 서로 이어지는 것을 목표로 한다”덧붙였다.

전시장에 설치작품과 그림이 어우러져  앙증맞게 관람객을 맞는다.  김효정의 그림에 홍정욱의 구조물이 결합한 작품은 과거와 현재, 사람과 자연이 서로 연결되며 잠재의식 속에  또 다른 ‘기억’을 저장하기도 한다.

두 작가가 모두 관계성에 몰입하는 이유가 긍금했다. “존재 자체가 관계 아니냐”는 명괘한 답을 내놨다. 실 제로 그들의 작품 세계는 그래프로 설명하면 XYZ의 세 개 축으로 이뤄졌다. X축은 관계,  Y축은 시간의 흐름, Z축은  회화와 설치미학을 아우른 화법을 뜻한다.

“평면작업에 구조물을 활용함으로써 2차원의 미학에 머물지 않고 3차원의 입체적인 공간예술을 만든 겁니다. 평면과 입체의 통합 작업 과정에서 억눌렸던 욕망들이 시공의 영역으로 터져나왔다고 할까요.”

듀엣아티스트 그룹"잇은'의 모빌 작품.                           사진=노화랑 제공


두 작가는 “언어적 소통없이 오로지 ‘시각적 관찰’만으로 작업을 이어 나간다”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김효정의 그림에 홍정욱의 구조물이 더해지거나, 그 반대의 과정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어떠한 설명도 없이 상대방이 건네는 조형에 자신의 색을 더하거나 입체적인 요소를 더해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할 뿐이다.

또한 ‘잇은’의 작품은 네모난 캔버스의 틀에서 저멀리 벗어나 있다. 다양한 구조의 틀을 바탕으로 점, 선, 면과 같은 도형의 기본 요소들이 얽히고 설켜있다. 틀 밖으로 예민하게 뻗어있기도 하면서, 2~3차원 요소들이 상응하며 색다른 조형미를 드러낸다.

홍정욱 씨는 “서로의 작업물을 보고 곧바로 조형이 연상되기도 하지만, 며칠이나 심지어 몇 달이 지나서야 문득 영감이 떠오르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작가는 서로의 작업에 관여하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삼는다. 예측 불가능한 요소들을 영감 삼아 작업을 더 확장해 나갈 수 있어서다. 서로의 세계를 존중하며 각각의 시각성을 최대한으로 발현해 내기 위함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전시장에는 가느다란 와이어에 매달린 색면 추상의 오브제들이 미묘한 균형을 이룬 신작 모빌 작품도 모습을 드러냈다. 와이어와 우드볼을 따라 시선을 옮기다 보면 작가 특유의 섬세한 디테일이 유별나다.

작가들은 “작품의 완성은 작업실이 아닌 그것이 연출되는 공간에서 이루어진다”며 “전시장 벽면에 드리워진 그림자와의 조화, 작품 간의 거리, 그리고 작품과 관객 사이의 교감을 통해 변화하는 상호작용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김경갑 기자 kkk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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