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6월2일 타이베이 국립대만대 종합체육관에서 한 ''컴퓨텍스 2024'' 기조연설에서 올 하반기 출시할 AI가속기 ''블랙웰''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 사진 : 엔비디아 홈페이지 캡쳐 |
[대한경제=한형용 기자] 미국의 인공지능(AI) 선두기업 엔비디아가 시장의 예상치를 웃도는 2분기 실적으로 ‘AI 거품론’을 잠재웠다. 하지만 시장의 기대치가 워낙 높았던 탓에 주가는 하락했다.
엔비디아는 28일(현지시간) 실적발표에서 2분기(5∼7월) 매출이 300억4000만(약 40조1000억원)달러, 주당 순이익은 0.68달러(약 907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월스트리트가 예상한 매출액인 287억달러, 주당 순이익 0.64달러를 모두 뛰어넘었다. 특히 분기 매출로는 첫 300억달러를 돌파했다.
3분기(8∼10월) 매출은 325억달러로 전망했다. 이 역시 시장 전망치인 319억달러를 웃도는 수치다.
기대치를 뛰어넘는 실적과 전망치가 나왔지만, 과거와 같은 폭발적인 성장세가 아니는 점에서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블룸버그는 엔비디아의 3분기 매출 예상치가 시장 평균 예상치인 319억달러를 넘어섰지만, 일부 추정치는 379억달러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이후 뉴욕 증시 정규장에서 2.10% 하락 마감한 엔비디아 주가는 실적 발표 후 시간 외 거래에서 8%까지 떨어지는 등 고전했다.
차세대 AI 가속용 GPU인 블랙웰 생산도 차질이 이어지고 있다. 엔비디아는 생산 장애를 해결하기 위해 제조공정을 바꾸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탑재되는 AI 가속기에 대한 수요는 견고한 만큼 SK하이닉스를 필두로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수혜는 지속될 전망이다.
엔비디아는 블랙웰의 생산ㆍ출하 시기를 4분기(11∼1월)로 못박았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호퍼(H100)의 수요는 여전히 강하고, 블랙웰에 대한 기대는 엄청나다”고 했다.
기존 AI 칩인 호퍼(H100)의 뒤를 이을 블랙웰은 최대 10조개의 파라미터로 확장되는 모델에 대한 AI 훈련과 실시간 거대 언어모델(LLM) 추론을 지원한다.
블랙웰의 판매 시점과 폭은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E의 매출과 직결된다. 특히 블랙웰에는 기존 제품인 호퍼와 비교해 2배가 많은 16개의 HBM3E(5세대)가 탑재된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더 커지는 구조다. 시장에서는 기존 HBM보다 가격이 더 비싼 HBM3E 12단이 탑재될 것이라는 가능성도 나온다.
이대로라면 HBM 비중이 커진 SK하이닉스에도 청신호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3E 8단 납품을 가장 먼저 시작해 사실상 독점에 가깝게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HBM3E 12단 샘플도 엔비디아에 전달했다. 앞서 2분기 SK하이닉스의 HBM 매출은 전분기 대비 80% 이상, 전년 동기 대비 250% 이상 늘었다.
삼성전자 역시 HBM3E 품질 검증을 진행 중인 만큼 통과 여부에 따라 올 하반기 실적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엔비디아의 AI칩 공급 물량이 늘어나는 만큼 SK하이닉스의 HBM3E 물량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5월 AI 수요가 늘어나면서 2025년도 HBM 물량까지 모두 소진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는 부족한 HBM 물량을 삼성전자로부터 확보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이대로 삼성전자의 HBM3E의 품질 검증이 마무리되면 SK하이닉스와의 실적 동반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메타 등 주요 빅테크들이 HBM을 활용한 자체 AI 칩을 만들며 경쟁하는 상황도 HBM 수요를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엔비디아가 차세대 인공지능(AI) 가속기 블랙웰 출시하면서 내년 HBM3E 8단ㆍ12단의 소비점유율이 85%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HBM 판매 단가도 2025년 5∼10% 상승할 것으로 봤다.
한형용 기자 je8day@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