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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아트뷔페'....한국 현대미술의 이유있는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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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8-29 15:56:22   폰트크기 변경      
부산 OKNP갤러리, 안상수 하태임 김지아나 황혜선 오희원,박성옥 작품전 29일 개막



종잇장처럼 얇고 예리한 조각들이 입체감을 드러내며 캔버스에 길다랗게 박혀 있다. 조각들은 때론 직선으로, 때론 휜 채 서로 기댄다. 바탕에는 바이오렛 색판이 깔려 있다. 손을 대면 감자칩처럼 바스락 하고 부서져버릴 것 같은 조각들은 사실 견고한 도편(陶片)들이다. 입자가 곱고 미세한 도자용 흙(포슬린)에 물감을 섞어 얇게 편 다음 섭씨 1200도 이상의 가마에서 구워낸 것이다. 흙으로 빛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아티스트 김지아나의 작품  ‘바이오렛 인사이드 바이오렛(Violet inside violet)’이다.  미술평론가 김윤섭 씨는 이 작품에 대해 “신생하는 것들에 대한 아름다움”이라는 감상평을 내놓았다.


아티스트 김지아나를 비롯해 안상수, 하태임, 황혜선, 오희원, 박성옥 등 한국 화단을 빛낸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한곳에서 감상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부산 해운대 그랜드조선호텔 2층 갤러리 OKNP가 국내 최대미술장터 키아프와 프리즈행사 시즌에 맞춰 29일 개막해 다음달 28까지 펼치는 ‘We, OKNP’전을 통해서다.

김지아나의 ‘바이오렛 인사이드 바이오렛(Violet inside violet). 사진=OKPN제공


‘거실을 갤러리로’를 부제로 붙인 이번 전시에는 작가들의 대작부터 소품에 이르기까지 40여점이 걸렸다. 국내외 미술시장에서 평가받는 유명 화가들의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보면서 시장성과 예술성을 조명해볼 수 있다.

가족들의 감성 에너지를 북돋워 주기 위해 거실을 비롯해 안방, 화장실, 부엌, 서재 등에 어울리는 그림을 큐레이터가 추천해 준다. 큰돈 들이지 않고 좋은 작품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다.

출품작은 한국 현대미술의 미학적 특징을 다채롭게 보여준다.  

 김지아나의 작품으로는  ‘인사이드’ 시리즈와 ‘임팩트’ 시리즈 등을 만날 수 있다. 백흑적청황(白黑赤靑黃)의 오방색을 기본으로 한 세라믹과 빛의 변주가 오묘한 색의 향연을 펼친다. ‘임팩트 ’시리즈는 사각이나 원형의 평면 위에 반구(半球) 모양의 ‘포슬린 볼(porcelain bowl)을 올린 작품이다. 물이나 신선한 우유가 튈 때 생기는 크라운 같은 것이 볼의 가장자리에 있어서 동적인 느낌을 준다. 안정된 평면에서 우연하고 동적인 임팩트의 시간을 포착한 것이라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하태임의 '통로'                                                       사진=OKPN제공


서양화가 하태임(51·삼육대 교수)의 알록달록한 색띠 작업 ‘통로(Un passage)’ 시리즈들도 관람객을 맞는다. 디지털 시대 현대인의 소통을 일깨우는 색띠 작업은 추상화에 남다른 애정을 가진 딸이 아버지(하인두)의 빈자리를 채워가며 제작한 작품이다. 그래서 밝고 투명한 색띠 그림에는 부친을 여의고 아픈 편린을 곰삭이며 희망을 놓치 않는 장인 정신이 녹아 있다. 색상마다 작가가 부여한 고유한 의미나 이야기도 있다. 이를테면 노란색 띠는 찬란한 기억이나 아이디어의 원천, 청색 띠는 평화, 황색 띠는 권력, 흰색 띠는 위로, 빨간 띠는 열정, 분홍 띠는 사랑 등을 의미하는 식이다.

하씨는 자신의 색띠 작품에 대해 “붓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산소를 내뿜는 일종의 광합성미학”이라며 “말과 문자를 뛰어넘어 색깔을 통해 소통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상수의 '알파에서 히읗까지'                                     사진=OKPN 제공


한국 타이포그래피의 거장 안상수의 작품도 눈길을 붙잡는다. 조선 시대 민화의 한 종류인 문자도를 결합한 ‘홀려라’ 시리즈를 비롯해 한글과 한자를 결합한 ‘한글 도깨비’, 이효리 타투와황희찬 타투로 알려져 있는 생명평화무늬, ‘알파에서 히읗까지’ 등이 걸렸다. 국내에서 유명한 글꼴 ‘안상수체로 유명한 그는 한글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구축해 새로운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안상수식 문자도는 어떤 의미를 강요하지 않으나 결코 무의미한 붓질도 아니다. 읽히지 않는 대신 해석과 감각의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작업이라 추상회화를 마주하는 듯 설렌다. “한글은 참으로 선적(禪的)이다”라고 말한 그의 한글사랑이 톺아보인다.

'드로잉 조각(Drawing Sculpture)‘의 선두주자 황혜선의 작품도 여러 점 나와 있다. 황씨는 주변의 일상을 드로잉 한 이후 이를 바탕으로 천, 유리, 알루미늄 등의 재료를 사용해 3차원의 공간에 조각하는 작가로 잘 알려 있다. 조각의 형태로 벽면에 설치된 작품들은 조명을 받으면서 하얀 벽에 그림자를 만들어내 3차원 공간을 더욱 확장시키는 느낌을 준다. LED작업을 더추가한 작품, 창을 통해 쏟아지는 자연광을 활용한 작품 등도 색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일상의 다양한 이미지를 마음속에 담아뒀다가 작업실에서 하나하나 꺼내 작업한다는 그가 작품에 꿈틀거리는 생명력과 풋풋한 상상력을 녹여낸 게 유별나다.

기발한 발상과 톡톡튀는 감성을 바탕으로 작업하는 신진작가들의 작품도 대열에 합류했다.

강력한 필선과 대담한 구도 안에 빛의 번짐과 같은 비가시적 생성물들의 회화적 출현을 시도한 오희원의 작품, 검은 연필로 고양양이나 어린 소녀 등을 생생하게 살려내는 세밀화가 박성욱의 작품들도 출품됐다.
 전시를 기획한 오상현 OKNP대표는 “국내외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속작가 여섯 명의 작업들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현대인의 일상적인 이야기”라며 “미술계에 불고 있는 새로운 경향을 소개하는 오케이앤피의 정체성을 보다 더 확고히 주는 자리”라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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