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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억대 도로건설 입찰 혼선…PQ 제출에도 참여 못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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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9-02 05:00:23   폰트크기 변경      

‘종평제 방식’ 농소~강동 1ㆍ3ㆍ4공구
동일 시간대 겹치기 입찰 진행 여파
1공구 서류 제출 실수로 무효사까지
조달청 입찰 행정에 부담 호소 목소리



[대한경제=최지희 기자]  오랜만에 발주된 3000억원대 도로 건설공사 입찰에 혼선이 빚어졌다. ‘농소∼강동 도로개설공사’ 3개 공구에 대한 입찰 마감 시간이 한날한시로 설정돼 공구별로 PQ(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를 제출하고도 정작 가격 투찰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면서다.

조달청은 지난달 30일 울산광역시 수요로 진행된 종합평가낙찰제 방식의 ‘농소∼강동 도로개설공사’ 1, 3, 4공구에 대한 가격 개찰을 집행하고 종합평가에 착수했다.

1공구 개찰 결과 시티건설(대표 김기민)은 예정가격 대비 94.71%인 789억원을 투찰해 종합심사 1순위를 차지했다. 시티건설은 50% 지분으로 시티(24%), 수연(10%), 배토건설(10%), 거강건설(6%)과 손을 잡았다.

3공구는 삼환기업(대표 유창훈)의 품에 안길 전망이다. 삼환기업은 예가 대비 96.32%인 1136억원을 써내 종합심사 1순위에 올랐다. 삼환기업은 지분 71%를 확보하고, 부명엔지니어링(12%), 양우종합건설(10%), 상원종합건설(7%)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4공구는 예가 대비 93.98%인 991억원을 적어낸 두산에너빌리티(대표 박상현)의 수주가 유력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77% 지분으로 태현건설(23%)과 힘을 합쳤다.

이번 사업은 오랜만에 발주된 대형 도로 건설공사로 관심을 모았지만, 건설업계는 한바탕 입찰 전쟁을 치렀다. 3개 공구 모두 동일 시간대 ‘겹치기 입찰’로 진행된 여파다. 이날 입찰 참여를 계획했던 건설사 중 PQ를 제출하고도 정작 가격 투찰에는 실패하는 사례가 공구별로 속출했다.

A사는 1, 3, 4공구에 모두 PQ를 제출했지만, 입찰 업무 담당자가 10시 동시간대 투찰에 부담을 느껴 3공구에만 간신히 참여했다. B사 역시 3개 공구 모두 PQ를 제출했음에도 실수로 4공구에는 투찰을 하지 못했다.

이날 투찰에 실패한 업체는 모두 6개사(공구별 중복)로, 이 중 부정당 제재 탓에 입찰 참여가 제한된 1개사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는 모두 입찰 업무 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중견 이하 건설사들로 확인됐다.

심지어 1공구에서는 간신히 투찰을 하고도, 견적 서류를 잘못 제출한 입찰 무효사가 나왔다. 이 때문에 개찰 약 5시간 만에 종합평가 1순위 업체가 극동건설에서 시티건설로 뒤집히는 이례적인 상황이 빚어졌다.

중견사 임원은 “1공구는 특히 공사 난이도가 낮은 3유형 건설공사여서 PQ 제출사만 52개사에 달했는데 이 중 4개사가 투찰을 하지 못했다”며, “한 사업에서 여러 공구를 발주할 때 같은 시간대 입찰을 마감하면, 인력이 부족한 중견 건설사는 입찰 행정 업무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고 토로했다.

시장 안팎에서는 조달청의 입찰 행정에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른 발주기관과 달리 동시간대 입찰을 진행하는 사례가 늘면서다.

일례로 국가철도공단과 한국도로공사는 같은 프로젝트의 공구별 사업을 동시 발주할 때 일반적으로 2시간가량 시간차를 두고 입찰을 진행한다. 종합심사낙찰제와 종합평가낙찰제 등 기타 공사에서는 한 건설사가 공구별 입찰에 모두 참여하는 점을 감안해 업무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대형사 공공업무 담당자는 “이번 도로사업은 입찰 전담 인력이 많은 우리 회사도 업무 처리가 버거웠기 때문에 중견사들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업계는 발주기관의 세심한 배려에 큰 편의를 보장받을 수 있다. 업계가 요구하는 것은 조달청의 작은 배려”라고 말했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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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산업부
최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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