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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큰손 된 40대…수도권 쓸어담는 왕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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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9-01 16:32:34   폰트크기 변경      

[대한경제=이종무 기자] 40대 A 씨는 지난 6월 조선내화 지주회사 CR홀딩스의 이인옥 회장이 살던 서울 용산구 ‘나인원한남’ 전용 면적 273.9424㎡ 아파트를 200억원에 매입했다. 올해 거래된 아파트 가운데 최고가이자 2006년 실거래가가 공개된 이래 공동주택(아파트ㆍ다세대ㆍ연립주택) 중 가장 비싼 값이다. A 씨는 별도 근저당권이 설정되지 않아 대출 없이 전액 현금으로 대금을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같은 아파트 전용 206㎡는 지난 7월 110억원에 거래됐다. 마흔 살(1985년생) B 씨와 C 씨가 공동 명의로 매수했다. 역시 전액 현금으로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도인은 2021년 이 집을 43억원에 분양받았던 만큼 3년 만에 67억원이나 오른 가격이다.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고 일부 단지에선 역대 최고가를 경신한 가운데 40대가 모든 연령층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서울 집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 폭등기를 거친 뒤 신중하게 조금 더 떨어지길 기다렸지만, 서울 아파트 가격이 전고점에 육박하거나 넘는 등 상승세가 계속되고 청약 당첨 가능성도 낮아지자 대출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부랴부랴 구매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


△ ‘사자’로 돌아선 40대
1일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10가구 가운데 3가구는 40대가 사들였다. 서울 아파트 매입자 가운데 40대 비율이 33.2%로 가장 높았다. 이는 2022년 8월 이래 약 2년 만에 40대가 30대보다 더 많은 집을 구입한 숫자다. 30대는 31.5%로 나타났다.

40대와 30대는 2019년 1월 이후 엎치락뒤치락하다 아파트값이 강세로 돌아선 2020년 1월부터 30대 비중이 40대를 역전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영끌족’이 패닉 바잉(공황 구매)에 나선 2021년 1월엔 30대가 발 벗고 주택 매매에 뛰어들며 사상 최고인 39.6%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후 금리 인상 등으로 집값이 하락하고 극심한 거래 절벽에 빠진 2022년 7월 40대가 잠시 30대를 앞질렀다가, 2022년 8월부터 올해 6월까지 30대가 서울 아파트를 가장 많이 샀다.

통상 40대는 아파트 시장에 집값이나 금리 변동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지만 서울 아파트 값 오름세가 1년 넘게 계속되자 그간 관망하던 불안 심리가 커지며 매수 대열에 동참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정부가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 등 대출 규제가 40대의 아파트 구입을 부추긴 영향도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정부가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시기를 당초 지난 7월에서 이달로 연기하자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청약에 얽매이지 않고 아파트 구입으로 눈을 돌렸다는 설명이다. 평소 가정의 경제적 부담이 큰 40대가 대출 옥죄기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는 때문이다.


지난달 12일 서울 용산구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


△ 제주 찍고 돌아온 中인
최근 서울 부동산 시장에선 중국인이 또 다른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의하면 올해 1~7월 국내에서 부동산을 매수하고 소유권 이전 등기를 신청한 중국인은 6678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외국인 매수자 가운데 65.6%로 가장 많았다. 이어 미국 1429명, 캐나다 433명, 베트남 313명, 우즈베키스탄 166명, 러시아 155명, 대만 133명, 호주 121명 등 순이었다.

중국인은 서초구 20억~30억대 아파트뿐 아니라 종로구 북촌 한옥 주택, 서울 최고가 아파트 중 하나인 성동구 ‘갤러리아 포레’ 등도 집중 매입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인은 이미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서 큰손을 넘어 ‘거대한 손’이 된 지 오래다. 국세청에 의하면 2017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중국인이 취득한 국내 아파트는 1만3573가구로 외국인이 매입한 전체 아파트의 58.6%에 달했다. 공시지가 기준 3조1691억원 규모다.

외국인 전체로 보면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국내에서 부동산을 사들인 외국인은 1만명을 넘어섰다. 모두 1만185명으로 전년 동기(8317명) 대비 22.5%나 늘었다. 이에 따라 전체 매수인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0.9%에서 올해 1~7월 0.97%로 커졌다. 부동산 매수인 중 외국인 비중은 2010년 0.2%에 불과했지만 2014년 0.33%, 2016년 0.44%, 2018년 0.64%, 2022년 0.75% 등으로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외국인도 아파트 등 집합건물(아파트, 오피스텔, 다세대주택, 집합상가 등), 이른바 ‘똘똘한 한 채’ 마련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집합건물을 매수한 외국인은 7952명으로 같은 기간(6343명)보다 25.4% 늘었는데, 서울 930건, 인천 1217건, 경기 3703건으로 수도권에 73.5%가 집중됐다. 전체 집합 건물 매수인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21%에서 1.26%로 늘었다.

국내에서 부동산을 매입해 임대로 수익을 올리는 외국인 임대인 비중은 0.61%로 같은 기간(0.59%)에서 0.02%p 증가했다.

이종무 기자 jm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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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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