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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8ㆍ8대책 성패 공사비가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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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9-02 06:00:46   폰트크기 변경      
김국진 부동산부장

‘주택공급 절벽’을 우려한 정부가 8ㆍ8대책을 내놓은 지 4주째다. 평가는 엇갈리지만 후속조치들이 쉴틈 없이 쏟아지고 이행상황 점검도 치밀해 보인다. 이달 중에는 ‘공사비 안정화 방안’도 내놓겠다고 한다. 보도자료상의 ‘원자재가격 하락분이 제품가격에 반영되지 않은 시멘트 등 품목의 가격 하락을 유도한다’는 대목에 ‘괜한 기대를 했나’란 의구심도 들지만 무엇이든 나올 것으로 기대해본다. 8ㆍ8대책에 담긴 수많은 공급방안들의 성패를 가를 키워드는 공사비이기 때문이다.

건설현장의 오랜 슬로건인 ‘제값 받고, 제값 주고, 제대로 시공하기’가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건설인들을 만나도 대화는 ‘기승전원가절감’이다. 원가가 올라도 너무 올라서다. 과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각광받은 재건축이 돈을 주고도 하기 힘든 시대다. 시세가 5억원인데, 재건축 때 5억원을 내야 한다는 말에 시공계약을 해지한 상계주공5단지가 이상하지 않다. 강남 알짜재건축도 10억원대 분담금을 안 내면 같은 평형 입주도 힘들다. 과거 재개발 때 거주지에서 줄줄이 쫓겨난 임차인들처럼 이젠 현금 없는 아파트 주인들의 젠트리피케이션 시대가 열리지 않을까.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는 주변시세보다 싸다는 관념도 깨졌다. 10여년 전만 해도 ‘반값 아파트’란 표현이 자연스러웠고 시세의 80∼90%선 분양가는 보도자료 구석에 숨겨졌는데, 지금은 나오는 아파트마다 최고 분양가 기록을 갈아치운다.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인 단지들이 뒤늦게 없어서 못 파는 혜자로 돌변한다. 물론 서울 등 수도권 일부지역의 얘기일 뿐, 지방권에선 무슨 소리냐고 화를 낼 수 있다. 침체된 지방건설시장에서 공사비 급등의 후유증은 도산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지방은 물론 수도권 건설사들도 주택사업을 마다하고, 기존 추진한 사업도 계약금을 떼이면서도 포기할 정도다.

수년간 폭등한 공사비가 건설환경을 바꿔놓았다. 그 후유증은 주택과 인프라를 타고 국민들로 옮겨붙고 있다. 공사비 정상화대책이란 투입된 비용에 상응한 공사비를 제때 제대로 지급하는 길 외에 뭐가 있을까. 오를 때 더 받으면 내릴 때 반납하는 것도 상식이다. 한 현장에서 입은 손실을 다른 현장에서 만회하는 방식의 건설시대도 끝났다. 정부의 공사비대책도 이런 부분에 주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정비사업를 시작으로 건설공사 진행이나 사업 속도를 저해하는 불필요한 규제나 심사를 간소화하는 방안도 속도를 내고 있다. 공사비를 키우는 요인인 탓이다.

최근 인테리어공사를 의뢰하기 위해 두 군데 견적을 받았다. 견적가는 9500만원과 5500만원이었다. 고급이냐, 중급이냐의 자재품목 차이가 있지만 싼 곳에 맡겼다. 사장님과의 만남에서 비결을 물었더니, “저렴한 가격의 가성비 좋은 자재를 추천하고 인력을 단기간에 집중 배치해 빨리 끝내는 게 노하우”라고 한다. 시공사에 하이엔드 브랜드를 요구하고 고분양가를 책정했다가 시공계약을 해지한 지방권의 한 정비사업장이 교차했다. 적정 수준의 자재와 적정한 가격으로 빨리 마무리하는 사장님의 노하우는 공사비 인플레이션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가 배워야 할 지혜가 아닐까.

김국진 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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