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ㆍ동국제강 마감가격 올려
건설업계 “경기침체 속 부담 커져”
[대한경제=서용원 기자]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유통 대리점을 상대로 하는 철근 마감가격을 나란히 인상했다. 감산 조치로 공급량을 줄인 것에 더해 마감가격 인상으로 가격 정상화를 하겠다는 취지다.
3일 제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9월 첫째주 철근 마감가격을 지난주 대비 t당 3만원 인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번주 마감가격은 t당 82만원이 된다.
철근 마감가격은 제강사가 철근 대리점에 철근을 판매할 때 책정하는 가격으로 매주 결정된다. 대형 제강사들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철근 가격을 이원화해, 건설사에 직접 판매하는 ‘건설향’ 가격에 8만원가량을 더한 ‘유통향’ 가격으로 대리점에 철근을 판매했다. 하지만,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철근 수요 감소로, 대리점들이 철근을 시중에 판매하는 유통가격이 건설향 가격에도 못 미치자 올해부터는 유통향 가격을 폐지하고 마감가격을 활용하고 있다.
철근 마감가격은 지난 6월23일 t당 67만원으로 바닥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우상향하고 있다. 지난 7월5일 t당 70만5000원을 기록했고, 8월2일에는 76만원에 책정됐다. 지난주에는 2주 연속 79만원에 형성됐다. 이번 인상으로 마감가격은 t당 82만원을 기록했다.
t당 82만원인 마감가격은 이날 기준 유통시세(t당 81만원)보다 비싸다. 그럼에도 제강사가 가격인상을 단행한 이유는 ‘가격 정상화’에 있다.
제강사들은 생산한계 가격에 몰릴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철근 생산원가가 사실상 판매가격보다 낮다고도 호소한다. 현대제철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980억원으로 전년 동기 4651억원에 비해 80%가량 급감했으며, 동국제강은 405억원으로 약 23% 줄었다.
건설경기 침체로 인한 철근 수요 감소로 가격이 하락한 영향이다. 감산 조치로 어느 정도는 버텼지만, 이마저 한계에 몰리자 가격인상 카드를 뽑아든 것이다. 유통시세보다 높은 마감가격으로 시장의 철근 재고를 소진하면, 철근 수요가 어느 정도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숨어 있다.
철근 마감가격은 올해 최저 가격 대비 t당 15만원 올랐지만, 여전히 철근 기준가격(t당 90만7000원)에는 미치지 못한다. 아직 인상의 여지는 남아 있는 셈이다. 제강사 관계자는 “하반기 전기료 인상까지 점쳐지는 상황이어서 마감가격 상승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했다.
건설업계는 그동안 철근 가격이 낮게 형성됐다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가격 상승에는 부담스러워 하는 모양새다.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경기 침체로 철근 수요가 줄어 시장가격이 낮게 형성된 것은 맞다. 중소 대리점들은 손해를 보면서 철근을 팔기도 했다”면서도, “내년 인건비 상승, 다른 자잿값 상승 등이 겹쳐 건설사도 사정이 어려운데, 제강사들이 가격까지 끌어올리고 있어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보통 수요와 공급에 맞게 시장가격이 형성되는데, 판매자가 일방적으로 가격을 끌어올리는 행위는 시장논리에 어긋난 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서용원 기자 an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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