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 발의하며 압박
친윤계 반발…추경호, 대통령 입장에 힘 실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의장접견실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개원식 겸 정기회 개회식 사전환담에서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대한경제=조성아 기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채상병 특검’을 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야권은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을 발의하며 여권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한 대표가 정기 국회 최대 현안인 ‘채상병 특검’을 어떻게 돌파해 가느냐에 따라 향후 당 운영 동력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5당은 지난 3일 한 대표가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던 ‘제3자(대법원장) 추천’ 방식의 채상병 특검법을 선제적으로 공동 발의했다.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은 채상병 특검법을 제출하며 “야5당에 무소속 김종민 의원까지 함께 발의한 것은 반드시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야당이 재발의한 특검법은 한 대표가 제안했던 ‘대법원장 추천’ 방식을 담았다.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 4명을 추천하면, 야당이 2명을 선택하는 안이다. 대법원장이 추천한 후보가 모두 부적절하다고 판단될 경우 야당이 다시 대법원장에 추천을 요구할 수 있는 ‘재추천 요구권’도 담겼다. 다만 한 대표가 요구하고 여야 대표회담에서 이재명 대표도 수용 의사를 밝힌 ‘제보 공작 의혹’은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관련 사건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사건도 수사할 수 있는 내용이 이미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 법사위는 4일 전체회의를 열고 지난달 발의한 세 번째 채상병 특검법을 야당 단독으로 처리해 소위로 넘겼다. 특검 대상에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먼트 대표 등이 김건희 여사 등에게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을 부탁한 불법 로비 의혹’이 추가돼 내용이 한층 강화된 법안이다. 국민의힘은 야당의 일방적 의사 일정에 반발해 회의에 불참했다.
세 번째 특검법을 처리할 경우 3일 발의한 네 번째 특검법은 숙려기간만 지나면 전체회의를 거치지 않고 직회부해 병합심사할 수 있다. 최대한 처리 시간을 앞당기겠다는 계산이다. 이에 법사위 국민의힘 간사 유상범 의원은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오늘 8월 8일자 기발의한 특검법을 상정해 소위로 회부하는 이유를 알겠나”라며 “어제 발의한 법안을 바로 20일 숙려기간 없이 소위에 병합상정할 수 있기 때문에 특검법을 신속 처리하기 위한 꼼수 상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도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한 대표를 향해 채상병 특검법 처리를 촉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제3자 추천안을 수용하겠다는 대승적 결단을 했다”며 “이제 한동훈 대표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킬 차례”라고 강조했다.
이렇듯 야권의 공세가 거세지는 상황에 한 대표가 처한 당내 상황은 녹록지 않다. 친윤계 반발로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한 대표는 채상병 특검과 관련해 3일 “입장 변화는 없다”며 자체적으로 특검법을 추진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지난 1일 이재명 대표와의 회담에서도 “내 생각은 변함없다. 그러나 내가 처지가 좀 그렇다”면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고민이 깊음을 보였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역시 야권이 제3차 추천 특검을 발의한 것에 대해 “공수처 수사 후 국민들의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판단될 때 특검을 검토하겠다는 것이 당의 입장”이라고 밝히며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한 대표와 반대 목소리를 낸 것이다.
당내 일각에선 의총을 통해 당론을 정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의총에서 한 대표가 제안한 ‘제3자 추천 방식 특검’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을 경우 한 대표의 리더십에 타격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현재로선 한 대표가 당분간 공수처 결과를 기다리면서 당내 여론 수렴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성아 기자 j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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