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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세 매물, 1년 6개월 새 반토막…월세는 ‘부르는 게 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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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9-05 24:04:40   폰트크기 변경      
전ㆍ월셋값 쌍끌이…실태ㆍ전망

계약갱신청구권ㆍ전월세상한제

시행 4년 접어들면서 가격 줄인상

대출 한도도 줄어 자금 마련 어려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 2.7만건 수준

지난해 초와 비교하면 절반도 안 돼

반전세 증가 늘면서 월셋값도 껑충

가을 이사철 수요ㆍ신규 입주량 감소

향후 가격 상승 더 부추길 가능성


[대한경제=이종무 기자] # 서울 강남구 대치아이파크 전용 면적 84㎡에 전세를 살고 있는 A 씨는 최근 ‘전세 난민’을 실감하는 중이다. 자녀의 고등학교 입학 시기가 반년 정도 남았지만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한번 더 전세살이를 하기로 했다. 집주인이 부르는 대로 전세가격을 치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A 씨가 대치 학군으로 이사온 2020년 8월 당시 계약한 전셋값은 11억원선이었다. 한데 집주인과 지난달 체결한 전셋값은 13억2300만원으로 갱신 상한선(5%)을 뛰어넘었다. A 씨로선 어쩔 도리가 없다. 2022년 재계약 때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탓이다.

지난 7월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시행 4년차로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이 소진되면서 집주인이 전셋값을 올리면서 A 씨와 같은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A 씨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A 씨가 만약 2주택자라면 대출 한도도 막힌다. 은행권이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방침에 맞춰 지난달 말부터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전세자금대출까지 옥죄고 나서면서다. 다주택자 생활안정자금(1억원)ㆍ신용대출 등의 한도 제한에 묶여 전세금 인상분인 2억2000여만원을 구하기 힘든 처지다.

다주택자라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반전세 전환으로 월세를 지불하는 길밖에 없다. 반전세도 녹록지 않다. 월세가 급등하면서다. 최근 성남시 분당에서 반전셋집을 어렵게 구한 B 씨만 해도 전세 대출이 막막해지면서 반전세로 눈을 돌렸는데, 4년 전과 비교해 월세가격이 100만원 가까이 오른 탓이다.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


4일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주요 시중은행이 사실상 대출 문을 닫아버리면서 AㆍB 씨처럼 실수요 임차인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빌라 기피 현상으로 아파트 공급 부족이 심화된 데다 대출 등 규제까지 가세하면서다.

특히 가을철 이사 수요는 그대로인데, 임대차 2법이 4년차를 맞으면서 전세 매물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지난달 28일 기준 2만6993건이다. 올해 초 3만5000건 규모를 유지해온 것을 감안하면 3분의 1 가까이 빠진 셈이다. 지난해 초 고점(5만5882건)과 비교하면 반토막난 숫자다.

1주택자도 전세난을 피해가기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개인적 사정상 본인 집에 들어갈 수는 없고 1주택자라는 이유로 전세대출 제한을 받으면서 반전세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런 영향으로 서울 아파트 월셋값도 최근 3년새 대폭 올랐다. 우대빵부동산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서울 아파트 상위 10분위 평균 월셋값은 현재 보증금 1억2525만원, 월세 794만5000원으로 2021년(보증금 3억1200만원, 월세 673만7000원) 대비 117.9%의 회복률을 보였다.

실제 거래에서도 나타난다. 전용 84㎡ 아파트 중 최고가인 마포구 신수동 ‘신촌 삼익’(391가구)은 보증금 250만원에 월세 1425만원으로 재계약했다. 성동구 성수동 ‘트리마제’와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 리버파크’도 각각 보증금 2억원에 월세 1100만원, 무보증금에 월세 770만원이었다.

앞으로 가을철 이사 수요와 서울의 신규 아파트 입주량 감소, 금융당국 주도의 전세대출 죄기가 맞물리면 전셋값이 더 치솟고, 이로 인해 반전세 전환이 늘며 월셋값도 덩달아 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심형석 우대빵부동산 연구소장은 “주택 시장이 양극화하면서 최고가 월세 거래가격도 뛰고 있다”면서 “최고가 월세 거래 아파트는 순차적으로 지역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쳐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권의 경우 매매가가 오르지 않아도 월셋값은 더 오를 수 있어 서민의 주거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종무 기자 jm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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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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