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침체ㆍ유연탄값 하락
가격 하락 요인에도 인상 고수
중국산 수입 SPC 설립 등 논의
시멘트사 견제…직수입 찬반도
[대한경제=서용원 기자]건설업계가 시멘트 수입을 추진하는 배경은 지속적인 시멘트 가격 상승에 있다. 2021년 7월 이후 지속적으로 오르는 시멘트 가격에 맞서 저가의 해외 시멘트를 수입해 가격 견제를 하겠다는 취지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014년부터 t당 7만5000원에 묶여 있었던 시멘트 가격은 2021년 7월 7만8800원으로 인상된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붕괴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불과 7개월 만인 2022년 2월 t당 9만2400원으로 올랐고, 그해 11월 10만5000원으로 10만원대를 뚫었다. 이어 지난해 11월 건설업계와 협의 하에 t당 11만2000원으로 오른 뒤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2021년 7월부터 3만7000원(49.3%) 오른 셈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협상 당시 시멘트 업계에선 원가 하락 요인이 발생하면 가격을 인하하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인하할 생각은 없는 것 같다”며, “건설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에 국제 유연탄 가격 하락 등 가격 인하 요인이 있는데, 협상조차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초기 t당 350달러까지 치솟았던 국제 유연탄 가격은 현재 80∼90달러를 오가고 있다.
중견건설사 구매담당자 모임인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건자회)는 지난 6일 긴급총회에서 시멘트 수입 건을 논의하면서 시멘트 제조사의 ‘압박용’이라는 취지를 분명히 했다. 건자회 관계자는 “일단 시멘트 가격 견제를 위해 해외 시멘트를 수입하는 것에 대해선 회원사 모두 찬성”이라며, “일부 대형건설사 담당자도 참여했을 만큼 건설업계 전반적으로 관심은 높다”고 전했다.
긴급총회에서 중국 국영기업인 CCCC TDC의 한국 대리점인 ㈜썬인더스트리가 밝힌 추진 계획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중국 산수시멘트그룹의 시멘트를 연간 78만t 정도 들여온다는 계획이다. 산수그룹은 연간 300만t의 클링커(시멘트 반제품)를 생산하고 있으며, 생산공장 중 한 곳은 서해와 맞닿은 연태에 있어 국내 평택항을 통해 들여오면 수송도 수월하다는 게 썬인더스트리의 주장이다.
판매 가격도 어느 정도 설정했다. 수입 원가 t당 9만3400원에 2000원의 마진을 붙여 9만5400원에 판매한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 내 시멘트 가격은 6만원대에서 형성돼 있다.
썬인더스트리는 나머지 제반사항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중국 산수시멘트의 KS인증을 진행 중에 있고, 평택항(고대부두)에 사일로 2개를 건설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관건은 수입 및 운영 주체다. 썬인더스트리는 건자회와 함께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사일로 건설 등에 필요한 자본금은 235억원 정도로 분석, 이 중 100억원은 직접 대고 나머지 135억원은 건자회에서 회원사들이 분담하는 형태다. SPC 지분은 건자회 51%, 썬인더스트리 49%다.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사일로가 건설된 2026년께 수입이 가능할 것으로 썬인더스트리는 내다봤다.
일단 건자회 회원사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시멘트 수입 효과에 대해선 대부분 긍정적인 입장이긴 하지만, 굳이 건설사가 나서 수입을 해야 하는 점에 부담을 느끼는 회원사들은 적지 않다. 반면 사실상 과점인 시멘트 시장을 견제하기 위해 수입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회원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자회 관계자는 “수입을 한다고 결정해도 2년 정도가 소요되는 장기 프로젝트”라면서, “오는 23일까지 회원사 의견을 수렴해 이후 추진 과정을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용원 기자 an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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