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업체 많아 공제, 보험 가입 저조
전기공사공제조합, 공공발주사업 가입 의무화 추진
송전선로 건설현장./ 사진:현대건설 |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전기공사 중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손해배상 책임을 분산할 수 있는 보험 및 공제 가입률이 수년째 10%대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전기공사공제조합이 책임 공제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사고 발생 시 발주자는 공사 목적물의 완성을 기대하기 힘들고, 공사 기업은 경제적 손실로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받는 만큼 공공발주 전기공사에 한해서라도 보험 또는 공제상품 가입을 의무화하는 방향이다.
9일 전기공사공제조합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공공발주 전기공사는 총 3만7930건이 진행됐는데, 제3자 및 목적물 손해를 담보하는 영업배상책임공제 및 공사손해공제 가입 건수는 5086건으로 집계됐다. 이를 기준으로 한 손해배상공제 가입률은 13.41%에 불과했다. 2019∼2021년 가입률 또한 12%대에 머물러 크게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현행법은 전기공사의 시공ㆍ기술관리 등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하고 있으나, 전기공사로 발생한 손해배상 규정은 따로 없다. 전기공사의 경우 화재나 건물 붕괴로 인한 피해 및 감전 사고에 따른 제3의 피해가 빈번하지만, 대부분이 손해보험이나 손해배상공제에 가입하지 않아 피해자가 충분한 배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손해배상공제 가입률이 저조한 이유는 전기공사업계의 구조적 특성 때문이다. 전기공사업계는 연간 10억원 미만 실적의 기업이 전체 등록 업체 70%를 차지할 정도로 영세업체가 많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전기공사 시 국가계약법 등에 따라 계약보증은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지만, 손해배상책임 상품은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가입하지 않는 것이다. 전기공사 손해배상보증료율은 통상 0.7% 수준으로, 계약보증료율(0.2%)보다 높다.
건설공사나 소방공사 등 타 업종과 달리 가입의무가 없는 제도적 미비점도 존재한다. 건설공사의 경우 추정가격 200억원 이상의 공사에서 발주처가 손해보험에 가입하도록 강제할 수 있고, 소방사업자도 공공공사를 수행하는 경우 보험 또는 공제 상품을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반면, 전기공사는 손해배상공제 가입 의무 자체가 없다. 이에 전기공사에서도 보험 또는 공제 가입의무를 부여하고, 발주처가 도급 비용에 이 비용을 계상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전기공사는 사고 발생 시 정전, 화재, 폭발 등으로 이어져 피해가 상당한 규모로 확산될 위험이 존재한다. 이로 인해 공사와 무관한 제3자의 인명, 재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라며, “(보험 또는 공제 미가입 시) 손해배상 책임은 오롯이 기업이 부담한다. 배상 책임의 이행을 위해서라도 공공발주 전기공사에서 가입을 의무화하고, 사회적 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에서도 전기공사 손해배상 책임공제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공공 전기공사 수행 시 손해배상 책임을 담보하는 보험 또는 공제 가입을 의무화하는 전기공사업법 일부개정안을 최근 발의했다. 이 같은 내용의 개정안은 지난해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했으나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바 있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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