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김호윤 기자] 국내 맥주시장 1, 2위를 다투고 있는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저칼로리 ‘라이트 맥주’ 시장에서 정면승부를 벌인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테라 라이트’가 출시 2주 만에 1000만병을 돌파하면서 라이트 맥주 시장의 점유율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이는 일반 맥주인 ‘테라’가 5주 만에 3200만병 팔린 것을 고려하면 빠른 속도다.
테라 라이트 / 사진: 하이트진로 제공 |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테라 라이트는 지난 7월 전국 대형마트에서 2위 브랜드와 약 1.4배의 판매량 격차를 내며 라이트 맥주 점유율 1위에 올랐다.
그간 라이트 맥주는 매출이 그렇게 높지 못했다. 국내 맥주 판매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카스와 테라, 클라우드 등 라거 맥주는 도수가 낮고 가벼운 맛을 지향해 이보다 더 가볍고 도수가 낮은 라이트 맥주는 매출 비중이 낮은 편이었다. 특히 일반 맥주를 보조하는 사이드 제품으로 여겨졌다.
라이트 맥주는 말 그대로 열량과 도수를 줄여 일반 맥주보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맥주다. ‘카스 프레쉬’, ‘테라 레귤러’는 100㎖당 열량이 46㎉인데, 카스 라이트, 테라 라이트는 25㎉로 기존보다 열량이 33% 낮다. 도수도 일반 맥주보다 0.5도 정도 낮은 4도다.
최근 라이트 맥주가 유독 인기를 끄는 이유는 즐겁고 지속 가능한 건강관리를 추구하는 ‘헬시플레져’ 트렌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흐름 덕분에 2010년 출시해 기존 라이트 맥주 시장을 독점하고 있던 오비맥주의 ‘카스 라이트’도 판매량이 증가세다.
카스 라이트 / 사진: 오비맥주 제공 |
지난해 카스 라이트는 맥주 브랜드 점유율 8위였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6위로 두 계단 올랐다. 라이트 맥주 중에서는 단연 1위다. 일반 맥주 아류 버전 정도로 여겨지던 라이트 맥주 시장이 일반 맥주 시장만큼 확장하고 있는 셈이다.
테라 라이트 출시로 국내 맥주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오비와 하이트가 라이트 맥주 경쟁에 나서면서 맥주 시장의 카테고리 확장이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이미 해외에서는 라이트 맥주가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전체 맥주의 절반가량이 ‘라이트’라는 명칭을 달고 있을 정도다.
올 들어 1위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AB인베브의 ‘버드 라이트’는 20년 이상 미국 맥주 시장 1위를 지킨 ‘미국 대표 맥주’다. 버드 라이트를 제치고 1위에 오른 에스페셜과 2위로 올라선 미켈롭 울트라 역시 100㎖당 칼로리가 20㎉ 안팎인 라이트 계열 맥주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음주 트렌드는 취하지 않을 정도로만 마시는 문화로 흘러가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한국도 미국처럼 라이트 맥주 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호윤 기자 khy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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