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자회, 시멘트ㆍ레미콘 업계에 요구
시멘트 업계 “가격인하 여력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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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서용원 기자]건설사들이 국내 주요 시멘트 제조사들과 레미콘 단체에 가격 협상 공문을 보내면서 재차 시멘트 가격 인하를 위한 공동대응에 나섰다. 앞서 중국산 시멘트 수입 추진에 이은 가격 인하 압박이다. 이에 대해 시멘트 업계는 난색을 표하면서도 일단 내부검토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10일 중견건설사 구매담당자 모임인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건자회)에 따르면 건자회는 전날 삼표시멘트ㆍ성신양회ㆍ쌍용C&Eㆍ아세아시멘트ㆍ한라시멘트ㆍ한일시멘트ㆍ한일현대시멘트 등 시멘트 제조 7개사와 한국레미콘공업협회ㆍ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등 레미콘 단체에 시멘트 가격 협상 자리에 참석을 요청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건자회가 모든 시멘트 제조사에 가격 협상 공문을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만큼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건자회는 공문에서 “건자회는 2023년 하반기 가격 협상에 참여해 시멘트 업계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가격 인상에 합의했다”면서, “당시 원재료 가격이 인하할 경우 시멘트 가격을 인하한다는 확약에 따라 가격 재협의를 요청한다”고 적었다. 지난해 11월 t당 약 2만6000원이었던 유연탄 가격은 지금 1만5000원 정도에 형성돼 있다.
건자회는 시멘트 가격을 t당 1만1200원가량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t당 11만2000원에서 생산원가를 고려하면 약 10만1000원이 적절하다는 판단이다.
건자회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시멘트 가격 인상 당시 생산 원가에 30%를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 상승분을 대입한 계산식에 따라 가격 인상분을 정한 만큼, t당 10만1000원은 유연탄 가격 하락분을 계산해 도출한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사들의 이례적인 단체행동에 시멘트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그간 건자회가 상대적으로 가격 협상에서 개별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중견건설사들 위주로 운영됐다면, 올해부터 대형건설사들도 속속 합류하며 함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돌아가는 상황은 시멘트 업계에 우호적이지 않다. 앞서 건자회는 지난 6일 긴급총회를 통해 중국산 시멘트 수입을 추진한다고 밝힌 데다, 정부에서도 시멘트 가격 인하를 종용한다는 점에서다. 박상우 국토부장관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달 중으로 공사비 증가의 주요 원인인 자재가격을 낮추는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면서 시멘트를 꼭 집어 언급했다.
이와 관련,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내부검토를 해보겠지만 가격 인하 여력은 충분하지 않다”면서, “사실 지난해 11월 협상 때도 인상폭은 시멘트 업계가 제시한 수치에서 55% 정도 오르는데 그쳤다. 전기요금 및 인건비 상승, 환경설비 투자 등을 고려하면 인하는 고사하고 추가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건설사의 거래 파트너는 시멘트 제조사가 아닌 레미콘사다. 시멘트 가격이 30% 오를 때 레미콘 가격은 50% 올랐다. 레미콘사들이 추가 이윤을 더 붙인 것인데, 왜 시멘트사와 가격협상을 하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건자회 관계자는 “대부분 중소업체인 레미콘사들이 시멘트사와 직접 가격 협상에 나서기 부담스럽기 때문에 결국 시멘트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건설업계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용원 기자 an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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