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 한화오션 제공 |
[대한경제=김희용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수퍼사이클’로 불릴 만큼 호황을 맞이했지만, 이면에서는 빈번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조선소 현장의 안전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일부 조선사들은 납기 일정에 쫓기듯 공정을 진행하고 있어, 안전관리체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밤 10시경,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 옥포조선소에서는 야간 돌관작업을 하던 41세 하청근로자 A씨가 32m 높이에서 선박 아래로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벌어졌다.
사고 직후 한화오션의 옥포조선소에서는 전면 작업을 중단하고 중대사고 근절 특별 안전교육과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한화오션은 사과문을 내고 “회사 발전을 위해 애써 주시는 근로자분과 한화오션을 믿고 선박 건조를 맡겨 주신 선주분들, 지역 주민과 국민들께도 머리 숙여 사죄드리고 죄송하다”며 “회사 차원의 모든 조치를 강구해 안전대책을 강화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올해 들어 한화오션에서 발생한 세 번째 중대재해다.
지난 1월 12일에는 선박 방향타 제작 공장에서 그라인더 작업을 하던 28세 근로자가 폭발사고로 목숨을 잃었고, 같은 달 24일에는 선체에 붙은 따개비 등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잠수 작업을 하던 31살 근로자가 숨졌다. 지난달 19일 온열질환으로 추정되는 사망자를 합치면 올해 총 4명의 근로자가 한화오션 사업장에서 유명을 달리한 것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금속노동조합이 고용노동부 통영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민주노총 금속노조 제공 |
이번 사고와 관련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이날 통영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중대재해는 위험 작업 중지 요청이 있었는데도 한화오션은 이를 거부하고, 강제로 업무를 지시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한화오션의 안전보건관리체계의 문제는 이미 지적된 바 있어 대우조선지회에서는 주먹구구식 안전보건관리체계를 몇 차례 지적했지만, 한화오션은 작업중지 범위를 제한하자고 오히려 역제안했다”면서 “수개월 전 시행했던 고용노동부의 안전보건진단, 특별안전보건점검 역시 무용지물이었다”고 날을 세웠다.
올해 조선업계에서는 중대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조선소에서 깔림 화재ㆍ폭발 추락 등으로 10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해 14명의 노동자가 숨졌다.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대형조선사를 비롯해 경남 거제 초석HD, 고성 금강중공업, 부산 대선조선에서도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업계에선 이러한 안전 문제가 수주량이 폭증한 상황에서 더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조선업계에 역대급 호황이 찾아오며, 각 사업장에서는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밤낮없이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 함께 숙련된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 비숙련 인력과 외국인 근로자 등이 한꺼번에 투입돼 위험한 작업을 떠맡고 있는 실정이라는 설명이다.
노동계 관계자는 “인력이 부족하고, 무리한 야간작업이 사고위험이 높아졌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작업이 강행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물량팀 등의 다단계 고용 구조에서는 안전관리가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희용 기자 h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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