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무죄→ 2심 유죄→ 대법 파기환송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2022년 6ㆍ1 지방선거 과정에서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2심의 유죄 판결로 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였던 박상돈 충남 천안시장이 대법원에서 기사회생했다.
박 시장의 허위 사실 공표 혐의는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지 않아 무죄라는 이유다.
이에 따라 박 시장은 일단 시장 자리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박상돈 천안시장/ 사진: 연합뉴스 |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12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 시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박 시장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예비후보자 홍보물과 선거 공보물에 ‘천안시 고용률이 전국 2위, 실업률이 전국 최저’라고 기재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통계는 인구 50만명 이상 지방자치단체 27곳을 대상으로 집계됐지만, 기준이 누락되면서 마치 228개 지자체 전체 순위를 매긴 것처럼 표기됐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박 시장은 공무원 조직을 동원해 선거 홍보 영상물을 제작하게 한 뒤 자신의 유튜브 계정에 올리는 등 불법 선거운동을 기획ㆍ실행한 혐의도 받았다. 박 시장은 2022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1ㆍ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인구 50만 도시 기준을 누락한 채 전국 기준인 것처럼 실업률과 고용률을 발표해 선거권자들에게 전체 지자체 순위로 받아들이게 한 만큼 허위사실에 해당한다”면서도 “당초 인구 50만 기준이 명시돼 있었다가 공보물 작성 과정에서 수정을 거치면서 누락된 점 등으로 볼 때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은 “박 시장이 공보물에 인구 50만 기준이 누락됐다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유죄로 판단을 뒤집었다. 박 시장에게 이미 여러 차례 출마 경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과거 허위 사실 공표로 기소돼 벌금형을 받은 전력도 있는 만큼 예비후보자 공보물의 의미와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이유였다.
게다가 2심은 “선거의 공정성을 도모하고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는 지자체장임에도 공무원들로 하여금 (유튜브 영상물인) ‘기가도니’를 제작해 게시하도록 하는 등 관권 선거를 자행해 비난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내놨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의 판단을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은 박 시장의 허위 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피고인이 홍보물과 공보물에 대도시 기준이 누락됐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어야 하고, 이를 모르고 있었다면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으므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박 시장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는 무죄라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다만 대법원은 박 시장의 불법 선거운동 혐의는 유죄가 맞다고 봤다. 이 때문에 파기환송심에서는 허위 사실 공표 혐의는 무죄, 불법 선거운동 혐의는 유죄로 판단해 형량을 다시 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방자치단체장 등 선출직 공무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당선자 본인이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당선이 무효가 된다.
한편 대법원은 박 시장과 함께 기소된 천안시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범행을 공모한 선거캠프 관계자에게도 벌금 700만원이 확정됐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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