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목단체 불과한 SOC포럼…기재부 주도로 3개월만에 민간투자협회 설립
기재부 산하기관 전관예우용 단체로 전락 우려, 건협 의견수렴도 없어
건설업계 회비 부담 커지고 자중지란 우려…윤석렬 정부 국정기조에 역행
[대한경제=정석한 기자] 전국적으로 1만2800여 곳의 종합건설업체들을 회원사로 보유한 대한건설협회(회장 한승구ㆍ이하 건협)가 기획재정부 주도로 추진 중인 ‘민간투자협회’ 설립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민자사업의 승인권자로 막강한 힘을 휘두르는 기재부가 민간투자협회 설립에 관여한다면 전관예우용 단체로 전락하는 것이 명약관화할 뿐더러, 민간 주도의 SOC(사회간접자본) 건설을 통해 국가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기조와도 완전히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건협은 13일 기재부가 강행하고 있는 민간투자협회 설립의 절차적 문제점과 향후 후폭풍을 우려하고 나셨다.
건협에 의하면 대형 건설사 민자사업 실무자들의 친목단체인 ‘SOC 포럼’이 올 4월 기재부에 사단법인 설립을 요청하자, 기재부는 7월 금융ㆍ운영 관련 단체도 포함해 민간투자협회 설립을 지시했다.
그리고 이달 5일 민간투자협회 설립 발기인 대회 및 창립 총회를 개최했다. 추석 후 기재부 승인이 나면 10월 설립등기를 하고, 11월 기재부가 계획하고 있는 민간투자사업 30주년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건협은 이처럼 일사천리로 진행된 민간투자협회 설립에 대해 지난 30년간 민자사업의 창구역할을 해 온 건협의 의견수렴 절차는 일절 거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올 하반기 민자활성화 대책 마련을 빌미로 기재부는 건협에 알리지도 않고 건설업계 간담회를 직접 추진하면서, 간담회 참석자들에게 민간투자협회 설립에 동참해 줄 것을 주문했다고 밝혔다.
특히 건협은 민간투자협회가 향후 기재부 및 산하기관 퇴직자들의 자리보전용 단체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기재부는 전관예우용 민간투자협회 설립에 대해 “기재부에서 퇴직하는 분들이 가려고 만드는 게 아니다”라고 분명히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설립 예정인 민간투자협회 임원을 보면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 등에 근무한 바 있는 2명이 부회장으로 선임돼 있다는 점에서 건협은 우려를 표했다.
건협 관계자는 “민간투자협회 설립은 건설업계 의견을 반영해 추진하기 보다, 일부 대형 건설사 직원들의 입지 확장 및 기재부 산하기관의 퇴직 후 자리보전을 위한 이해관계 일치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고 반발했다.
건협은 민간투자협회와의 업무중복, 회비부담 등으로 건설업계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나섰다.
민자사업은 금융ㆍ설계업계 등보다 건설업계 주도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두 단체의 업무가 중복된다. 그리고 건설경기 침체 상황 속에서 민간투자협회 출범 시 준조세에 가까운 회비가 건설업체들에게 피부로 크게 와닿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건협 관계자는 “회원사들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중소ㆍ중견 건설업체들은 창구일원화를 원하고 있다”며 “기재부가 졸속으로 추진하는 민간투자협회는 건설업계의 자중지란만 초래할 수 있어 설립은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투자협회 창립총회 정관을 보면 현재 협회 가입자는 개별회사 직원인 개인자격도 수용이 가능한 구조로 돼 있다. 우선 민간투자협회를 설립하고, 추후 기관을 모집을 한다는 계획으로 이는 회비부담 우려를 무마시키기 위한 꼼수전략이라고 건협은 분석했다.
윤 정부는 건전재정을 국정운영의 1원칙으로 두고, 민간 중심의 SOC 건설을 통해 경제성장률 제고 등 국가경제 활성화를 꾀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를 위해선 민간투자협회 설립은 중단되어야 하며, 그러지 않을 경우 윤 정부의 정책기조도 갈수록 흐릿해질 수 밖에 없다는 게 건협 입장이다.
정석한 기자 job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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