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MBK와 고려아연 공개매수 시도
회계장부 열람 가처분 신청 등 공세도
고려아연 “일방적 기업약탈 행위” 반발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사진: 각 사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추석 명절을 앞두고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영풍이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선 것이다. 영풍은 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개인비리 의혹을 들여다보며 법적다툼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고려아연은 강하게 반발했다. 잦은 환경오염 문제와 중대재해법처벌 등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영풍이 사모펀드와 손잡고 경영권을 확보하는 건, 심각한 기업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에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영풍은 MBK파트너스와 함께 이날부터 다음달 4일까지 고려아연 주식을 공개 매수한다.

이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6.98%(144만5036주)에서 최대 14.61%(302만4881주)를 취득할 계획이다. 공개매수 가격이 주당 66만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대 2조원이 투입될 전망이다. 공개매수가 마무리되면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은 고려아연 지분 약 절반을 확보하게 돼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다.

이에 앞서 MBK파트너스는 영풍ㆍ특수관계인(장형진 영풍 고문 일가)과 주주 간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MBK파트너스가 영풍 장씨 일가의 고려아연 지분 절반+1주에 대한 콜옵션을 확보했다는 내용이다. 향후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하면 MBK파트너스는 영풍 측 지분 절반을 인수해 최대주주에 오르고, 영풍 측과 공동 의결권을 행사할 방침이다.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기간 동안 영풍정밀 주식 684만801주(43.43%)도 주당 2만원에 공개매수하기로 했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을 장악하면 고려아연 의결권 확보에도 보탬이 된다. 영풍정밀은 현재 최 회장 측이 더 많은 지분을 갖고 있다.

아울러 영풍은 고려아연 회계장부 등의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회계장부를 열람해 사모펀드 투자 배임,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이그니오 홀딩스 투자 관련 선관주의의무 위반 등 여러 의혹들을 살펴본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을 막는 가처분 신청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매수 과정에서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매입해 대응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영풍 측의 이 같은 행보에 고려아연은 아무런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기업약탈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대규모 적자와 환경문제 등을 반복하는 영풍이 비철금속 분야 세계 1위 기업인 고려아연을 경영할 능력이 부족하다고도 꼬집었다.

고려아연은 “영풍은 그간 석포제련소를 운영하며 각종 환경오염 피해를 일으켜 지역 주민들과 낙동강 수계에 막대한 피해를 입혀왔다”며 “경영 정상화와 안전, 환경문제 해결 등 사회적 책임을 방기한 채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에만 혈안이 되고 있다는 점은 고려아연 임직원은 물론 영풍 임직원에게도 큰 불행”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 경영진의 경영 능력은 이미 시장과 주주들에 의해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며 “공개매수자들과 같은 재무적 투자자나 영풍 측 경영진들이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이라고 덧붙였다.

고려아연은 또 “이번 공개매수는 고려아연의 중장기적인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소액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고려아연 측 법인 주주들은 추석 연휴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영풍을 상대로 회계장부 등의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 등에 대한 경영진들의 책임을 따지고, MBK파트너스와 계약을 체결하게 된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도 살펴볼 예정이다.

영풍 측의 고려아연 회계장부 등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에 대한 맞대응으로 풀이된다.

한편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말에도 조현식 고문 측에 서서 한국앤컴퍼니 지분 공개매수도 추진했다. 그러나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해 결국 실패했다. 조 고문 측과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 측 모두 보유 지분이 상당해 실질적인 유통 주식수가 적어서다.

고려아연도 최씨 일가와 장씨 일가 모두 각각 30% 이상의 지분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한국앤컴퍼니그룹 경영권 분쟁 때와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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