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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ㆍ영풍 갈등 격화…“약탈적 M&A” vs “최대주주 경영권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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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9-18 16:55:05   폰트크기 변경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사모펀드 운용사 MBK 가세
영풍과 주식 공개매수 나서자
고려아연, 반대 목소리 높여
“해외자본 재매각 가능성 높아
국가기간산업 기술 유출 우려”
MBKㆍ영풍에 법적대응 예고도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사진: 각 사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비철금속 분야 글로벌 1위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권 분쟁에 국내 1위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뛰어들면서 “약탈적 투기 자본의 적대적 인수ㆍ합병(M&A)”이라는 비판과 “최대주주의 경영권 강화 차원”이라는 반박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지난 13일 고려아연에 대한 경영권 강화 목적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공개매수는 고려아연 지분 약 7~14.6%(최대 302만4881주)를 획득하는 게 목표다. 기간은 오는 10월4일까지이며 최대 2조원이 투입될 전망이다. 공개매수가 계획대로 마무리되면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은 고려아연 지분의 절반가량을 확보해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다.

반면, 고려아연은 MBK파트너스를 ‘약탈적 투기 자본’으로 규정하고,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취득할 경우 국가기간산업 기술의 해외 유출이 우려된다고 날을 세웠다. 김두겸 울산광역시장도 “대한민국 기간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MBK “고려아연 최대주주는 장씨”

고려아연은 아연ㆍ연ㆍ은ㆍ인듐 등 비철금속 분야 세계 1위로, 국내 자동차ㆍ배터리 등 첨단산업의 핵심 공급망을 담당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고(故) 장병희ㆍ최기호 창업주가 세운 회사로, 영풍그룹 핵심 계열사다. 현재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각각 경영을 담당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18일 “공개매수는 명백한 최대주주, 1대 주주의 경영권 강화 차원이며 장씨와 최씨 일가의 지분 격차만을 보더라도 일각에서 주장하는 적대적 M&A는 어불성설(語不成說)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MBK파트너스에 따르면 20여년간 두 가문의 지분은 15%p(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지분 격차는 2002년 31.73%p까지 벌어졌고 2022년 이후 최소 격차 16.75%p로 줄었으나 최근 다시 영풍과 장씨 일가 측 지분이 늘어나며 격차를 벌리는 중이다.

현재 영풍과 장씨 일가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33.1%로 최씨 일가(15.6%)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고 MBK파트너스는 설명했다.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이 영풍그룹의 계열사라는 사실도 강조했다.

MBK파트너스는 “영풍과 고려아연은 공정거래법상 장형진 고문을 총수로 하는 대규모기업집단 영풍그룹의 계열사들”이라며 “최 회장 측이 주장하는 계열 분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사안”이라고 단언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해외 기술 유출 등의 우려와 관련해서는 “고려아연이 울산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국가경제의 산업역군으로서 기능해온 그 역사와 전통을 인지하고 있다”며 “본업의 경쟁력과 수익성 있는 신사업 경쟁력이 강화되도록 투자를 집행하고, 지역사회의 고용창출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MBK파트너스는 국내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는 국내 사모펀드”라며 “중국계 자본이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영풍은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에 대해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 배임 의혹과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관여 의혹, 이그니오 고가매수 의혹 등을 제기하며 법원에 회계장부 열람ㆍ등사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고려아연 “이차전지 등 핵심사업 차질”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박기덕 대표이사 사장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기업사냥꾼 MBK의 약탈적 M&A에 반대한다”며 “고려아연의 주주인 영풍이 MBK파트너스와 결탁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공개매수에 반대 의사를 공식 표명한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그간 영풍이 환경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을 위반해왔고, 대규모 적자로 경영 능력도 인정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영풍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방기한 채 ‘약탈적 자본’과 결탁해 고려아연의 지분과 경영권 확보에만 몰두해 왔다는 주장이다.

MBK파트너스와 같은 사모펀드가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취득할 경우 이차전지 소재 등 핵심 전략 사업에 차질을 빚을 뿐 아니라 주주가치가 훼손될 우려도 크다고 강조했다.

박기덕 사장은 “MBK파트너스는 사모펀드의 본질인 투자수익 확보를 위해 전체 주주 및 구성원들의 이익에 반하는 독단적인 경영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차전지 소재와 폐배터리ㆍ리사이클링, 신재생에너지 등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해 주주가치가 심대하게 훼손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인수한 다음 해외 자본에 재매각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국가기간산업 및 이차전지 소재 관련 핵심 기술 역량이 해외로 유출될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김두겸 울산시장도 지난 16일 성명서에서 “산업도시 울산과 고락을 같이해온 고려아연에 대한 사모펀드의 약탈적 인수합병 시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정부에 국가기간산업 보호와 핵심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제도 마련을 강력히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또 고려아연은 18일 보도자료를 내고 고려아연ㆍ영풍ㆍ영풍정밀 주주들이 장형진 고문을 포함한 영풍 경영진과 MBK파트너스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사회의사록 열람등사 청구, 회계장부 열람등사 청구, 영풍 이사들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업무상 배임 혐의 고발 등 가능한 모든 법적 절차를 강구할 예정이다.

고려아연은 “상장법인 영풍을 마치 사유재산처럼 이용하려 한다는 게 법조계 판단”며 “공개매수를 위한 경영협력계약을 체결하면서 적법하고 정당한 경영판단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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