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가운데)이 지난 1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강성두 영풍 사장./사진: 연합 |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고려아연과 영풍정밀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는 MBK파트너스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대항공개매수에 나설 경우 여러 문제에 부딪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MBK는 23일 자본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에 바탕을 둔 보도자료를 내고 “재무적 투자자(FI)나 전략적 투자자(SI)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방안이 뚜렷하지 않다”며 이 같이 밝혔다.
최근 업계에선 최 회장과 친분이 있는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이 이끄는 한국투자증권이 고려아연 대항공개매수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MBK는 “한투증권 대항공개매수 시나리오는 두 가지 정도”라며 “첫번째는 일본 소프트뱅크나 미국계 PE 베인 캐피탈 또는 일본이나 유럽, 호주의 원자재 공급업체나 협력업체들이 최종 투자자로 나서서 시세보다 비싼 대항공개매수 가격으로 고려아연 주식을 매수해 주기로 하고, 시간 관계상 한투증권이 1년간 브릿지 론으로 도와주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프트뱅크나 베인 캐피탈의 경우 투자 회수 방안이 없다는 게 문제”라며 “공개매수로 높아진 가격에 지분을 인수하는 경우, 주가가 회귀함에 따라 주식 시장에서 매각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 회장 측도 주가 하락 후 소프트뱅크나 베인 캐피탈의 손실을 보전할 재력은 없으므로, 결국은 최씨 일가 지분까지 합해 경영권 매각 방식으로 투자 회수를 꾀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부연했다.
MBK는 또 최 회장의 우호 지분으로 알려진 현대차, 한화, LG 등은 공동 매각 약정에 관한 5% 보고를 하지 않은 상태라 공동 매각이 어렵다고 밝혔다.
MBK는 “최대주주인 ‘MBK+장씨’ 측과 비교할 때 ‘소프트뱅크(또는 베인 캐피탈)+최씨 일가’의 지분율이 낮음에 따라, 경영권 매각 방식의 투자 회수도 실질적으로 불가능해 사실상 투자 회수 방안이 없게 된다”고 짚었다.
고려아연 지분 일부를 가진 트라피규라나 글렌코어 또는 일본 스미토모와 같이 고려아연 납품 또는 협력업체들이 높은 가격으로 지분 매수해 주는 것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투자 회수 필요성도 낮다”고 덧붙였다.
다만 “해당 거래는 최 회장 개인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고려아연의 장기적 이익을 희생시킬 가능성이 있는 배임적 성격의 거래가 돼 문제가 불거질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대급부로 고려아연과의 거래에서 높은 마진(가격)으로 혜택을 받으려고 하거나, 동맹이라는 명목으로 배타적 거래 관계를 형성해 추가 이윤을 확보하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MBK는 “두 번째는 최종 투자가를 찾지 못하고 최대 1년 정도의 임시적인 단기자금을 조달해 대항공개매수를 하는 경우”라며 “한투증권이 브릿지대출을 해주고, 외국계 사모대출펀드에서 브릿지에쿼티만 제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언제 돌려받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리스크를 떠안고 단기 금융을 제공하는 것이라 증권사나 외국계 사모대출펀드 모두에게 무리한 투자”라며 “이미 최 회장의 우호주주로 분류되고 있는 한투증권으로서는 그 대주주와 관련해 자본시장법 35조 위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