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레바논 남부 집킨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발생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최대 규모의 교전을 벌였다. /AFPㆍ연합 |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교전이 극한으로 치달으며 전면전 비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2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과 인터뷰에서 “분쟁이 훨씬 더 강력하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레바논이 또 다른 가자지구로 바뀔 수 있는 점은 전 세계의 파괴적인 비극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인프라를 겨냥한 공습을 이어가고 이스라엘도 헤즈볼라 거점을 타격하면서 양측의 충돌이 나날이 격해지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이들의 분쟁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경우 레바논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같은 비극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헤즈볼라는 22일 이스라엘 북부 도시 하이파 일대를 공격했다. 이들은 이스라엘 대공 방어 시스템인 ‘아이언돔’ 개발에 참여한 방산업체 ‘라파엘 어드밴스드 디펜스 시스템스’ 등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미사일 수십발을 하이파 인근의 라맛 다비드 공군기지로 발사했다고도 했다.
이스라엘군 또한 헤즈볼라가 자국의 영토를 평소보다 더 깊숙이 공격했다고 전했다. 헤즈볼라의 공격은 이스라엘 민간 주거지 등도 겨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측에 따르면 레바논에서 발사체 115발이 발사됐다며, 이로 인해 북부 도시 키르얏 비알릭의 주거용 건물 2채를 포함해 이스라엘 마을들이 공습에 노출됐다.
헤즈볼라의 거센 공격에 이스라엘도 반격을 가했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날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에 수십 차례 공격을 가하면서 최소 3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충돌은 지난 17일과 18일 연이어 발생한 무선호출기(삐삐)·무전기(워키토키) 동시다발 폭발 사건 이후 크게 격화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이후 교전을 이어왔지만, 그 수준을 ‘저강도’로 유지하며 확전을 경계해왔다. 하지만 폭발 사건 이후 헤즈볼라가 보복을 천명하자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에 대규모 공습을 가하며 먼저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스라엘은 수도 베이루트를 표적 공습해 이브라힘 아킬 등 헤즈볼라의 군사작전을 주도하는 지휘관들도 살해했다. 아킴의 장례식에서 헤즈볼라 지지자들은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라고 외치며 분노를 표출했다.
국제사회는 이들의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자제를 촉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동의 긴장 고조를 우려한다며 “더 크게 전쟁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 소통보좌관도 ABC 인터뷰에서 “우리는 군사적 충돌이나 전쟁 확대가 이스라엘에 최선의 이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이스라엘 측에도 직접 이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드르 압델라티 이집트 외무장관은 AFP 인터뷰에서 “이 지역에서 긴장이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가자지구 휴전 협상을 위한 모든 구성 요소는 준비됐다면서도 “문제는 이스라엘의 정치적 의지가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무력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경우 레바논 측의 피해가 막대하겠지만 이스라엘에서도 적지 않은 인적, 물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국방 분야 에디터인 댄 사바그는 “양측이 전면전을 벌일 경우 이스라엘이 100% 우위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위험하다”며 “명백한 승자를 가릴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성규 기자 ggang@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