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김호윤 기자] 미국 안보에 우려가 되는 중국 바이오기업과 거래를 금지하는 내용의 ‘생물보안법안’이 미국 하원을 통과하면서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에게 수혜를 반사이익 등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아직 상원 통과가 남았고 국내 기업의 이익을 장담할 수 없다는 신중론이 나오기도 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하원은 최근 생물보안법안을 찬성 306, 반대 81로 통과시켰다. 최종 입법을 위해서는 상원 본회의 결의와 대통령 서명만을 남겨놓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바이오 기업을 정조준한 생물보안법이 상원에서도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어 법으로 제정될 가능성이 70% 이상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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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에서 통과되지 않을 시 양원 본회의에서 투표를 해야한다. 양원 본회의 통과 시 대통령 서명을 받는다. 법안 유예 기간은 오는 2032년 1월까지다.
생물보안법은 미국 정부가 안보와 관련해 우려되는 생명공학 기업과 계약하거나 보조금 등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이다. 중국 임상시험위탁기관(CRO),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유전체 기업 등이 대거 포함됐다. 대표적으로 CDMO 기업인 우시 앱텍, 우시 바이오로직스, 유전체 기업인 BGI 지노믹스, BGI에서 분사한 MGI 테크 등이 해당된다.
이번 미국 생물보안법에 따라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한층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국내 기업들중 가장 기대되는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주요 글로벌 제약사들과 초대형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하고 위탁개발 역량을 강화하는 등 글로벌 CDMO 경쟁력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 상반기 기준 글로벌 톱 20개 제약사 중 총 16개 제약사를 고객사로 확보했다. 이는 지난해 14개 대비 2곳이 증가한 수치다.
특히 최근 미국 소재 제약사와 단일 계약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인 1조 4637억원 규모의 초대형 계약을 체결하며 약 반년 만에 올해 누적 수주 금액 2조 5000억원을 돌파했다. 이는 전년도 전체 수주 금액의 70%에 달하는 수치다.
이외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증가하는 바이오의약품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4월 18만 리터 규모의 5공장을 착공해 현재 2025년 4월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5공장 완공 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총 78.4만 리터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김혜민 KB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시장에서 생물보안법 입법에 주목하는 이유는 결국 비중국 CDMO 기업들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기인한다”며 “지난해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CDO(위탁개발계약) 건수는 총 12건으로 집계됐고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이미 8건이 집계됐기에 생물보안법 관련 영향이 점진적으로 체감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셀트리온, 에스티팜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CDMO 기업도 대체 공급처로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인도·일본 등에 밀려 K-바이오가 수혜를 입을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바이오협회가 작성한 ‘인도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투자 및 산업동향’ 보고서를 보면 미국 생물보안법의 영향으로 인도의 CDMO 시장 성장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 CDMO 기업을 향한 미국 기업의 러브콜이 가파르게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인도 정부는 생물공학 부문을 활성화하기 위한 투자를 지속해왔다. 그 결과 관련 스타트업 숫자는 2014년 약 50개에서 2022년 6756개 이상으로 급증했다.
인도 CDMO 기업의 생산 비용은 미국과 유럽에 비해 35∼40% 저렴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더욱이 인도 오로빈도의 자회사 큐라테크가 지난해 11월 미국 머크(MSD)와 협정을 맺고 CDMO 시설을 구축하는 등 인도 기업들의 미국 내 대규모 투자도 속속 이뤄지고 있다.
일본 역시 미국 생물보안법 통과를 계기로 현지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일본 최대 바이오 CDMO 기업 후지필름 다이오신스는 2021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동물세포배양 바이오의약품 CDMO 생산을 위한 20억 달러(약 2조 6700억원)의 투자 계획을 밝힌 데 이어 지난 4월 세포배양 CDMO 사업 확장을 위해 12억 달러(약 1조 6000억원)를 추가로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2032년까지 약 7년 동안 유예기간이 있지만 임상 2상 이상 단계를 진행 중인 파이프라인은 공정개발 등 품질관리가 일부분 확립된 상황으로 CDMO를 교체하는 것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CDMO 교체는 쉬운 일이 아닐 뿐더러 추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우리나라 기업이 대체하기 위해서는 경쟁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인도와 일본은 최근 정부가 나서서 미국 내 중국 CDMO 공백을 차지하기 위해 미국에 적극적인 투자와 로비활동을 펼치고 있다”며 “국내도 정부와 기업이 힘을 모아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윤 기자 khy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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