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23일 올해 4분기에도 ‘연료비 조정단가’를 ㎾h당 ‘+5원’으로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 조정요금 등으로 구성되는데, 연료비 조정단가는 조정요금의 단위가격이다. 직전 3개월간 연료비 변동 상황을 반영해 ㎾h당 ±5원 범위에서 결정되는데, ‘+5원’ 기조를 유지한 것이다. 실제로 계산하면 ‘-5원’을 적용해야 하나 산업통상자원부가 한전 재무 상황을 고려해 동결을 통보한 것이다.
한전의 재무 상황은 악화일로에 있다. 2021년 2분기부터 원가에 못 미치는 전기 판매로 2022ㆍ2023년 2년간 43조원 대의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는 국제 에너지 가격 폭등에도 ‘탈원전’ 정책의 오류를 은폐하기 위해 전기요금 인상을 미뤘고 윤석열 정부 들어 총 6차례 인상을 단행했지만 언발에 오줌누기다. 지난 6월 말 기준 한전의 연결 총부채는 202조99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400억원 늘었다.
한전의 적자는 송배전망 등 인프라 확충을 소홀히 하는 원인이 됐고, 인공지능 반도체 등 막대한 전력 수요가 예상되는 미래산업의 경쟁력 구축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고물가, 고금리에 허덕이는 가계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임에도 전기요금 인상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다만 지난 2016년 주택용 누진제를 종전 6단계에서 3단계로 조정할 당시 변경된 요금체계가 한전 적자를 키운 악재였다는 지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시 최고구간인 6구간(500㎾h 초과)과 5구간(401~500㎾h)을 3구간(400㎾h 초과)으로 통합하면서 그에 적용할 전력량요금으로 종전 4단계 요금을 채택해 결과적으로 요금부담을 2.5∼1.5배 경감시켜준 게 전력 과소비를 부추겼다. 현재 3단계로 뭉뚱그려진 누진제를 보다 세분화해 과소비층에는 보다 무거운 단가가 적용될 수 있도록 요금체계 개편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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