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장형진 고문이 석포제련소 폐기물 떠넘기려 해 시작”
영풍 “고려아연 주주 이익 도외시한 최윤범 회장에 이유 있어”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사진: 각 사 |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고려아연과 영풍이 ‘75년 동업경영’이 틀어진 원인을 두고도 공방전을 벌였다.
영풍이 자사 유해폐기물 처리를 떠넘기려는 과정에서 갈등이 시작됐다는 고려아연 측의 주장에, 영풍이 “고려아연을 사적으로 장악하려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본인에게 이유가 있다”고 반박한 것이다.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최고기술책임자ㆍCTO)은 24일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4~5년 전 장 고문이 영풍 석포제련소 폐기물 보관장에 있는 유해 폐기물을 고려아연에 떠넘겨 영풍의 폐기물 처리장으로 만들려고 했는데, 최 회장이 이를 막으면서 갈등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낙동강 상류에 위치한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카드뮴 등 배출 사건이 문제가 되자 영풍이 고려아연에 해결을 요구했고, 이를 고려아연이 거부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석포제련소 산업 폐기물은 70만~80만t(톤) 정도로 굉장히 많은 양”이라며 “장 고문은 이를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를 통해 해결하고 싶어 했지만, 우리는 남의 공장 폐기물을 받아서 처리하는 것은 배임이고 범죄행위라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영풍은 반박 보도자료를 내고 “폐기물 처리 문제 때문에 영풍 측과 관계가 틀어졌다는 발언은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아연을 생산하고 나면 자로사이트 케이크와 카드뮴 케이크 등 부산물이 발생하게 된다. 이 중 자로사이트 케이크에 대해 영풍은 수 년 전 고려아연과 처리 방안에 대해 협의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아연과 금속 성분이 남아있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최종적으론 없던 일이 됐고, 현재는 공법을 변경해 더는 자로사이트 케이크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카드뮴 케이크 역시 다시 제련하면 카드뮴 제품이 된다. 때문에 영풍은 과거 고려아연에 카드뮴 케이크를 판매 했었지만, 지금은 다른 업체에 판매 중이라고 밝혔다.
영풍은 “폐기물 처리를 고려아연에 떠넘기려 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오히려 과거 고려아연의 호주 계열사인 SMC가 아연 잔재물을 자체적으로 처리하지 못하며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일부 물량을 받아 처리해준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영풍과 고려아연의 관계가 틀어진 본질적인 이유는 최 회장 본인에게 있다”며 “최 회장은 2019년 대표이사 취임 이후 주주들의 이익을 앞세우기보다 고려아연을 사적으로 장악하고자 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고 지적했다.
잇달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자사주 상호 교환 등으로 16% 상당의 지분가치를 희석시키면서 기존 주주들의 비례적 이익을 침해했다는 이유에서다.
영풍그룹은 영풍을 맡은 장씨일가와 고려아연을 운영 중인 최씨일가의 동업경영을 지난 75년간 이어왔지만, 최근 갈등이 심화되며 결별수순을 밟게 됐다. 특히 영풍이 MBK파트너스와 손 잡고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서며 갈등은 극으로 치닫고 있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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