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수사단장이 2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대통령실이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관련 수사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질책했다는 이른바 ‘VIP 격노설’ 관련 서면 질문에 답변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해병대 박정훈 전 수사단장(대령)의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 사건 8차 공판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사실조회 신청의 회신이 왔으며, 신청서 내용에 윤 대통령 측이 답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이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정진석 비서실장 명의로 지난 24일 오후 군사법원에 “귀 법원에서 사실조회를 의뢰한 사항들은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안으로 응할 수 없음을 양해 바란다”라고 회신했다.
앞서 지난 3일 열린 7차 공판에서 변호인 측은 VIP 격노설과 관련된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 등의 발언을 대통령이 했는지에 대해 윤 대통령에게 묻고자 하는 사실조회 신청을 냈고 재판부가 이를 채택했다.
재판부는 당시 “대통령실에서 전화를 했는지 여부와 사건에 대한 관여가 있었는지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사실조회 신청을 받아들인다”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이날 25일 공판에는 해병대의 박세진 전 중앙수사대장(중령)이 증인으로 출석해 박 대령으로부터 VIP 격노설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또한 박 중령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경찰에 넘길 해병대수사단의 사건인계서와 관련해 ‘혐의자와 죄명을 다 빼고 이첩하는 방법도 있다’라고 박 대령에게 전화로 얘기했다고 진술했다.
박 대령은 지난해 7월 31일 유 전 관리관이 통화에서 ‘죄명을 빼라. 혐의자를 빼라’ 등 부당한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유 전 관리관은 지난 5월 17일 4차 공판 때 박 대령과의 통화에서 ‘이러시면 안 되잖아요. (혐의자명, 혐의내용) 다 빼시라고 했잖아요’라고 말했다는 박 대령 측 주장에 대해 “그러지 않았다. 제가 그런 위치에 있지 않다”라고 부인했다.
박 중령은 지난해 8월 2일 사건을 경북경찰청에 이첩하는 과정에선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중장)이 박 대령에게 전화를 해 “지금이라도 혹시 (사건 이첩을) 멈추라고 하면 멈출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고, 박 대령은 “죄송하다. 그렇게 하시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답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김 사령관은 “알았다”라고 답한 후 전화를 끊은 뒤, 다시 박 대령에게 전화를 걸어 “(사건 이첩) 안 된다. 지금 멈추라”라고 말했다고 박 중령은 진술했다.
재판부는 이날 임기훈 국방대 총장(중장ㆍ전 대통령실 국방비서관)과 오혜지 해병대법무과장(대위)이 증인으로서 불출석함에 따라 직권으로 박 중령 및 권인태 전 해병대 정책실장(대령)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박 대령 측 정구승 변호사는 이날 재판 출석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증인 불출석을 통해 재판 지연 행위를 하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강성규 기자 g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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