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재단 명예 이사장 등의 교비 횡령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서울 휘문고에 대해 교육 당국이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위를 박탈한 처분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2심에서 뒤집혔다.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사진: 대한경제 DB |
서울고법 행정11-1부(최수환ㆍ윤종구ㆍ김우수 부장판사)는 25일 학교법인 휘문의숙이 “자사고 지정 취소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낸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1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휘문의숙 명예 이사장과 휘문고 행정실장 등이 2011~2017년까지 6년간 40억원가량의 교비를 횡령한 사실이 감사 결과 드러나자 2020년 휘문고에 자사고 지정 취소처분을 내렸다.
운영성과 평가 기준 미달이나 학교의 자발적 신청이 아닌 회계 비리로 자사고 지정 취소처분을 받은 사례는 휘문고가 처음이었다. 휘문고는 본안 소송과 함께 낸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져 임시로 자사고 지위를 유지해왔다.
1심은 “장기간 대규모의 횡령과 배임이 이뤄졌을 뿐만 아니라, 교육기관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서울시교육청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2심은 “피고의 객관적 처분 사유에 대한 1심의 판단은 수긍이 가능하지만, 처분의 근거인 초ㆍ중등교육법 시행령은 위임 입법의 한계를 벗어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1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시행령 규정은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회계를 집행한 경우 교육감은 자사고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며 “이는 모법인 초ㆍ중등교육법 제61조에서 위임받은 사항을 규정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학교와 교육과정 운영의 특례를 규정하는 초ㆍ중등교육법 제61조 1항은 자사고 운영의 범위에서 법률을 현실적으로 집행하는 데 필요한 세부적 사항을 규정한 것인데, 이 취지를 벗어났다는 것이다.
특히 재판부는 “시행령은 개인의 권리 의무, 즉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 학교 법인의 사립학교 운영에 관한 내용을 변경하는 새로운 내용이라고 봄이 타당하다”며 “즉 처분의 근거는 지정 취소에 관한 새로운 입법을 한 것으로 위임 입법 한계를 벗어나 시행령 조항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만약 2심 판결대로 확정된다면 휘문고는 자사고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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