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두 영풍 사장이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영풍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설명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 강주현 기자 |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강성두 영풍 사장이 27일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경영권 방어를 위해 대항 공개매수 등을 준비하는 고려아연 측의 대응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 사장은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대항 공개매수 성공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고려아연 지분율이 33%에 달하는 영풍과 달리 최 회장 측 지분율은 16%에 불과해 거래 구조를 짜기 어렵다는 설명에서다.
강 사장은 “대항 공개매수를 적극적으로 준비한다고 생각하지만 저희처럼의 구조는 잘 안 나올 것”이라며 “저희는 경영권을 갖는 주식을 파는 것이나 고려아연은 경영권을 줄 수 없다. 경영권이 없는 지분을 비싼 가격에 사서 지금보다 더 비싼 가격에 팔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고양이 피하려다 호랑이 만나는 꼴이 안 되도록 하셨으면 좋겠다”며 “특히 불법 요소가 있는 일은 정말 안 하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자본시장법상 주식 공개 매수 기간에는 고려아연이 장내에서 자기회사 주식을 사면 불법이라는 게 영풍의 주장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동석한 이성훈 변호사는 “주식을 인수한 이후 가격이 하락하면 고려아연이 손해를 볼 게 뻔하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행위는 배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영풍은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획득을 위해 주식 공개매수 중이다. 최대 14.61%의 지분을 확보할 계획인데, 최근 공개매수가를 기존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높였다.
공개매수가 추가 인상과 관련해 강 사장은 MBK가 결정해야 할 문제라면서도 “현재로선 추가 인상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주가가 과대평가됐다는 지적엔 “과대평가 된 건 맞다”면서도 “고려아연은 세계 최고의 비철금속 제련 업체로, 경영권을 가져왔을 때 그 이상의 회사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 경영권을 획득한 이후엔 중국을 포함한 해외에 매각할 계획이 없다는 점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강 사장은 “저와 MBK 김광일 부회장이 회사에 존재하는 한 고려아연을 중국에 팔지 않겠다”며 “이런 얘기를 명확하게 했음에도 자꾸 못 믿겠다는 건 일종의 공격이다. 매일 입장문을 내야 믿어주실 건가”라고 밝혔다. 현재의 고려아연 직원들에 대한 인위적인 구조조정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려아연 주식 공개 매수의 배경에는 고려아연의 ‘영풍 죽이기’가 결정적이었다고 밝혔다. 고려아연과 영풍 동업의 상징이었던 서린상사 경영권을 장악한 이후 일방적으로 ‘황산 취급 대행 계약’ 갱신을 거절하는 등 영풍 석포제련소의 목줄을 쥐고 흔들었다는 주장이다.
강 사장은 “1대 주주의 자리를 MBK에 양보하면서까지 공개매수에 나선 걸 한 마디로 요약하면 ‘오죽했으면’이다”며 “고려아연은 영풍이 가진 가장 큰 자산인데, 최 회장이 소중한 자산을 망가트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원아시아파트너스 운용 사모펀드 투자,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관여, 이그니오홀딩스 투자 등을 거론하면서 “이그니오홀딩스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의 실체를 알 수 없는 회사”라며 “원아시아파트너스는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에 연루된 사모펀드 운용사고, 이사회 결의도 없이 5600억원을 투자했다가 1300억원대의 손상 차손을 입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대로 가면 향후 10년 후에는 고려아연이 빈 껍데기만 남은 회사가 될 것”이라며 “영풍은 MBK와 지배권 강화를 통해 고려아연 경영 정상화에 나서고자 한다”고 밝혔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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