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종로 본사./사진: 고려아연 제공 |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고려아연이 27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MBK)와 손잡고 경영권 확보에 나선 영풍을 향해 장형진 영풍 고문의 실질적 경영 개입 의혹과 ‘묻지마 빚투’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이날 영풍의 기자회견을 앞두고 낸 보도자료에서 “법적 권한도 없는 장형진 고문이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주도하며 전면에 나서고 있는 이유를 명명백백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개매수 발표 직후 장 고문이 “MBK파트너스와 같은 전문가에게 지위를 넘기는 것이 창업 일가이자 책임 있는 대주주의 역할”이라고 발언한 점 등을 거론하면서다. 고려아연은 “사실상 주식회사 영풍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대표이사 2명이 구속되고 석포제련소가 60일간 문 닫을 위기에 처한 영풍 경영진은 지금 허심탄회한 기자회견을 할 때가 아니다”라며 “무리한 M&A 추진으로 위기를 자초해 혼란에 빠진 영풍 주주들에게 사과부터 해야 하며, 비상근 사외이사 3인으로 이뤄진 이사회에서 밀실 야합으로 결정한 이번 계약에 대해 소상한 해명도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고려아연은 “독자적인 의결권을 포기하고 MBK와 공동으로 행사해야 하는 의무를 스스로 부담했다”며 이번 공개매수가 영풍에 불리한 요소라는 점도 지적했다. 보유 주식의 절반 이상을 넘김으로써 MBK에 유리한 콜옵션을 부여했다는 점, 추후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고려아연에 대한 지분을 처분할 수밖에 없다는 점 등도 지적했다.
특히 “사실상 현금 창출 능력이 있는 유일한 재산인 고려아연 주식을 처분하는 행위는 중요한 영업의 일부를 양도하거나 폐지하는 성격을 가졌다”며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치지 않은 절차적 문제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려아연은 또 영풍이 MBK파트너스에 돈을 대여해주는 과정에서 3000억원을 차입한 점을 들어 “돈이 얼마가 들어도 상관없이 적대적 인수만 성공시키면 그만이라는 생각”이라며 “국가기간산업 고려아연의 기업가치가 훼손되고, 기업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는 우려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투자금 회수라는 투기적 사모펀드의 속성을 고려하면 배당금뿐만 아니라 핵심 자산 매각과 인력 구조조정 등을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이 명백하다”며 “고려아연의 핵심 기술들을 매각하거나 중국 등 해외에 기술 공유를 통해 적극적인 수익화를 추진할 가능성도 크다”고 덧붙였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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