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관리공단 통합유지보수
화면 흐리고 심의위원 발언 무음
보여주기식 행정에 도입취지 무색
심의 끝난 이후 영상도 바로 삭제
지난 30일 진행한 ‘국민연금관리 공단 통합유지보수 사업’ 심의 과정. 화면을 흐리게 조정해 식별이 불가능하다 |
[대한경제=최지희 기자]조달청의 심의과정 유튜브 생중계가 ‘보여주기식’ 행정에 그쳐 빈축을 사고 있다. 온라인 생중계라면서 정작 화면은 흐리게 하고, 심의위원 발언은 무음 처리해 회의 내용을 식별할 수 없도록 조정한 탓이다. 심지어 심의가 끝나자마자 관련 영상을 모두 삭제해 심의 공개를 기피하는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조달청이 지난 5월 대형공사를 시작으로 대상 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제안서 심사 과정 실시간 온라인 생중계가 도입 취지를 무색케 운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조달청은 그동안 심의과정 비공개로 발생했던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공정한 심의 환경 조성을 위해 주요 대형공사에 이어 서비스 분야 사업까지 심의 과정 실시간 공개를 결정한 바 있다. 별도의 절차 없이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사업자 선정 과정을 지켜볼 수 있도록 영상과 음성을 모두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서비스 분야 공개 1호 사업은 ‘국민연금관리 공단 통합유지보수 사업(약 400억원 상당)’이 선정됐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진행된 제안서 평가 온라인 생중계는 ‘심의 과정 전면 공개’라는 조달청의 취지가 무색한 수준이었다.
심사위원 신분 노출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회의장을 비추는 카메라는 뿌옇게 조정했고, 질의응답 시에만 비공개 처리한다던 음성은 평가 시작 때를 제외하고는 장시간 꺼져 있었다. 심의 내용을 전혀 알아볼 수 없도록 임의 조정한 것이다. 심지어 회의 종료 후 즉시 유튜브 채널에서 영상이 삭제되기까지 했다.
조달청이 투명성 확보를 위해 앞서 도입한 기술용역 제안평가 등의 시설공사 심사과정 동영상 공개도 상황은 비슷하다.
나라장터의 ‘시설공사 심사과정 공개’ 배너를 누르면 관련 영상으로 링크가 걸리는 것이 아니라 담당 부서 연락처만 뜬다. 심사 대상자가 담당 부서에 직접 요청해 웹하드 아이디를 받은 후 동영상을 내려받는 폐쇄적인 시스템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국토교통부가 심의과정 전면 공개를 권고한 이후 각 기관 및 지자체들이 유튜브 생중계를 하고 있는데 조달청은 공공주택과 일부 기술형입찰을 제외하면 아직도 공개하지 않는 심의가 훨씬 많다”며 “심의 과정을 공개했다가 괜히 빌미라도 잡히면 골치 아파진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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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의 종료 후 삭제된 영상 |
실제로 유튜브에는 최근 3년 사이 건축설계공모 심의 과정을 생중계한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로 2년 전 제주도가 발주한 ‘한림여자중학교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조성사업’의 심의 과정 7시간 20분 분량 영상이 아직도 검색된다. 영상에서는 심의위원 얼굴도 그대로 공개되고 질의응답을 포함해 무음 처리된 부분도 없다. 다른 지자체 심의 영상도 마찬가지다.
한 발주기관 관계자는 “국가 보안시설의 경우도 특정 부분만 무음 처리하고, 음성 송출과 위원 얼굴 공개가 원칙”이라며, “영상 기록을 남김으로써 심의위원에 경각심을 주는 효과도 있다. 서버 관리만 된다면 영상을 지울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반면 최근 조달청이 투명성 확보 차원으로 공개했던 심의 과정 영상은 맞춤형 서비스 대상 기술형 입찰 사업을 제외하면 검색되지 않는다. 시설공사쪽은 1주일 후, 서비스 분야 사업은 심의 종료 후 즉시 삭제하기 때문이다. 또 시설공사와 서비스 사업 분야의 영상 공개 범위도 일관되지 못한 모습을 노출했다.
이에 대해 조달청 관계자는 “조직 자체가 개방적인 분위기가 아니다 보니 실무진 사이에서는 공개를 꺼리는 기류가 있긴 하다”면서 “다만, 최근 정부의 기조가 웬만한 업무 처리 내용은 공개하자는 방침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조달청)온라인 생중계도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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