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창립 50주년을 맞아 개최한 사내 기념식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 고려아연 제공 |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에 대한 법원의 결정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이 허용되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대항 공개매수보다 효과적인 경영권 방어 카드를 확보하게 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MBK파트너스와 영풍(이하 MBK 연합)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관련 판결을 2일 오전께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MBK 연합은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돌입하면서 법원에 고려아연과 계열사 등이 공개매수 기간 자사주를 매입하지 못하도록 가처분 신청을 냈다. 고려아연 등은 영풍의 특별관계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자사주 매입처럼 공개매수 외 방법으로 주식을 매입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고려아연 측은 영풍 측이 ‘적대적 인수합병’을 시도한 이상 특별관계자로 볼 수 없어 자사주 매입이 가능하다고 반박한다. 고려아연 측은 매입한 자사주를 전량 소각해 주주 환원 정책으로 쓰거나 우호 기업과 지분 교환을 통해 협업을 강화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공개매수 기간(10월 4일)에 자사주 매입이 가능하다는 결정을 내리면, 고려아연은 즉시 이사회를 거쳐 공시를 내고 자사주 매입을 시작할 방침이다. 현재 영풍ㆍMBK 연합이 1주당 75만원에 공개매수 중인 만큼, 이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자사주 매입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은 최 회장이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카드로 거론됐다. 대항 공개매수의 경우 금융권 등 우군의 힘을 빌려야 하는데다, 방어에 성공하더라도 경영권을 나눠야 할 수도 있지만 자사주 매입은 이런 부담을 덜 수 있어서다.
자사주 매입을 위한 고려아연의 현금 자산도 풍부하다. 고려아연의 6월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9000억원이 넘는다. 여기에 기업어음(CP) 발행과 대출 등을 통해 2조원 안팎의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현금이 모두 자사주 매입에 활용된다면 공개매수 시도를 저지할 수 있다.
법원이 MBK 연합의 손을 들어줄 경우 고려아연의 유일한 선택지는 대항 공개매수로 좁혀진다. 고려아연이 4일까지 대항 공개매수 여부에 관한 결정을 내리면 공개매수 기간은 추가로 늘어난다.
현재 최 회장 측 지분은 우호지분을 합쳐 34% 수준이다. 국민연금(7.57%)과 자사주(2.39%) 등을 빼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추가로 확보해야 할 지분은 최소 6% 수준으로 분석된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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