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고려아연 자사주 취득 허용
주당 80만원대 가격에 주식 매입

MBK “고가에 자사주 취득은 배임”
고려아연 “MBKㆍ영풍에 법적조치”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사진: 연합ㆍ고려아연 제공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법원이 2일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을 허용하면서 MBK파트너스(이하 MBK)ㆍ영풍 연합과 진행 중인 경영권 분쟁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

고려아연은 이날부터 공개 매수 방식으로 자기주식을 취득한다는 계획을 공표하면서 경영권 사수를 위한 반격에 나섰다. 재계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이 자기주식 매입을 위해 보유한 실탄은 약 2조원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고려아연은 회사채 발행 등의 방식으로 1조원대 자금을 추가로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아연이 이를 통해 최소 6%의 자사주를 매집할 경우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최윤범 회장 측이 유리한 입장에 높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은 최 회장 측 34%, 영풍 장형진 고문 측 33%로 비슷한 수준이다. MBKㆍ영풍 연합은 2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해 고려아연 지분 7∼14.6%를 공개 매수한 뒤 회사의 경영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법원의 결정으로 최 회장 측이 6% 이상 자사주 매입에 성공한다면 MBKㆍ영풍 연합이 매수할 수 있는 지분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고려아연은 법원 결정 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이날 이사회에서 공개매수를 통한 자기주식 취득과 취득한 자기주식에 대한 소각 등에 대한 의결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가격은 MBKㆍ영풍이 제시한 1주당 공개 매수가(75만원)보다 높은 80만원 선으로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고려아연이 이날 자기주식 취득을 위한 이사회 결의를 한 뒤 실제 공개 매수는 MBKㆍ영풍 연합의 공개 매수 종료일(4일) 이후인 오는 7일 진행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경우 MBKㆍ영풍 연합은 공개 매수가를 인상하거나 공개 매수 기간을 연장할 기회를 갖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MBKㆍ영풍 쪽에 주식을 매각하려던 주주 입장에서도 오는 4일 전까지 공매 청약을 취소할 가능성이 있다.

고려아연은 입장문을 통해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취득하는 것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법원이 인정해준 것”이라며 “적대적 인수ㆍ합병(M&A) 상황에서 자사주 취득을 위한 일련의 행위들을 실행하는 것이 합법적 행위임을 명확히 확인해준 결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날 법원의 가처분 기각 결정 이후 영풍이 낸 추가 가처분이 향후 경영권 분쟁에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를 중지해달라는 추가 가처분을 냈다.

MBKㆍ영풍 연합은 “고려아연이 정상 주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것은 배임”이라며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 가능 규모는 586억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이 주당 80만원에 자기주식 취득에 나설 경우 근접한 수준으로 시세가 상승하게 되고, 일반 투자자들은 75만원의 공개매수를 제안한 MBK의 제안에 응하지 않게 될 수 있다”며 “이는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회사의 자기주식 취득 가능 규모는 상법에 따라 산정되는 배당 가능 이익 범위 내에서 가능하다”며 자기주식 취득 한도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6조원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MBK의 주장은 법원이 승인한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을 고의적으로 방해하기 위해 시세에 영향을 미치고 자본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라며 “민ㆍ형사상 모든 조치와 함께 금융감독원에 시세조종과 시장교란 행위 등 모든 법적 책임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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