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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도자인형 20년의 열정 ..."대한민국 품격을 세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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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10-06 15:43:47   폰트크기 변경      
오주현 씨,9일부터 13일까지 경복궁 자경전에서 개인전..궁중복식 등 55점 출품

‘복식 도자 예술가’오주현에게 한복 인형은 품위와 품격의 산물이다. 조선시대 궁중예복과 한복문화를 견지하면서  대한민국의 품격을 ‘인형 아트’로 승화하기  때문이다. 2007년 서울 인사동에 연구소를 차린 그는 밤낮 가릴 것없이 조선 시대의 생활상을 주제로 아름답고 고유한 우리 전통의 미와 품위를 알리고자 창작에 매진했다. 앞만 보고 숨가쁘게 달려온 지 벌써 20년. 단순히 인형을 만들기 보다 마음을 닦는 수행이라 생각하기에 한순간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서울 인사동 오주현도자인형 연구소에서 작품을 제작하고 있는 오주현 씨.                  사진=오주현  도자인형연구소 제공


일반인들에게는 아직 생소한 도자인형이 한국을 알릴 수 있는 또 다른 컨텐츠로 성장하기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을 거란 판단은 적중했다. 그의 한복 도자인형이 한국의 대표적인 관광상품(K-doll)으로 떠오르며 해외에서도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작품성을 인정받아 G-공예 페스티벌, 대한민국디자인전람회, 대한민국 공예품 대전에서 큰 상도 받았다. 최근에는 ‘K-인형의 선구자’라는 별칭도 따라 붙는다.

그는 “그동안 창작에 열광하면서 한 때는 좌절도 했지만 역사를 담은 아트스토리를 꿈꿔왔다”며 “전통 도자기의 재현보다 도공들이 꿈꿨던 이상향을 인형아트에 녹여내려 부단히 노력한 결과인 것 같다”고 회고했다.

도자 인형의 개척자 오주현 씨가 오는 9일부터 13일까지 경복궁 자경전에서 개인전을 펼친다.   제10회 궁중문화축전 중 사단법인 대한황실문화원의 기획프로그램 ‘자경전, 왕(王)의 효심(孝心)으로 물들이다’ 행사의 일환이다. 자경전(慈慶殿)은 ‘왕의 어머니가 복을 누린다’라는 뜻을 지닌 경복궁 내에 남아 있는 유일한 대비전. 십장생 굴뚝이 돋보이는 전각으로 가을에 특히 아름다운 곳이다.

‘조선 600년 색을 만들다’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 고종, 신정왕후, 명성황후, 어의 등 궁중의 여러 신분을 상징하는 인물들과 더불어 대례식, 궁중아악 장면 등 궁중의 문화를 도자인형으로 재해석한 작품 총 55점을 내보인다. 궁중 대례복부터 조선 시대 궁궐의 모습을 재현한 작품까지 단아하고 기품 있으면서 멋스러움이 더해진 도예품들이다. 섬세한 도자인형을 통해 당대의 궁중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오방색과 전통문양을 바탕으로 왕과 왕비가 앞장 서서 행렬하는 대례식의 모습은 마치 실제로 궁궐 안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정교하다. ‘궁중 아악’은 전통 악기 20여 점과 음악들의 연주의 모습을 정교하게 되살려낸 작품이다. 마치 음악소리가 들리는 듯한 느낌까지 아우렀다. 그의 작품이 조상들의 의류 및 패션에 생명력과 역사성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씨는 “조상들의 복식 생명력과 역사성을 투영하는 데 역점을 두면서도 궁중 여인들의 복식 속에 감춰진 다양한 스토리를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조선시대 여인의 복식을 철저히 고증해 재현하는 한편 여인들의 삶과 애환을 인형을 통해 표현해 냈다.

경복궁 자경전에서 열리는 오주현 개인전에 출품될 작품들.               오주현 도자인형연구소 제공


그는 한복에 깃든 미의식을 흙으로 빚어내고 있다. 이를 위해 조선시대 복식사를 연구하고 궁중 여인들의 머리 모양, 장신구 등 시대적 배경에 맞는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조형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복식 고증을 위한 연구도 필요했다.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전통한복에 대해 더 정확한 고증을 공부했다.

하지만 좋은 작품은 쉽사리 만날 수가 없었다. 스포츠 선수가 기회를 잡아도 매번 승리를 만들이 못하는 이치와 같다.

실제로 그의 도자 인형은 조형, 석고, 채색 등의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1250℃ 이상의 고온에서도 작품이 무너지거나 갈라지지 않는 것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완성된 작가만의 특별한 공정 때문이다.

“제 작품은 1250도 이상에서 제작됩니다. 청자나 백자를 굽는 온도와 같기 때문에 초벌, 재벌, 삼벌 작업까지 해야 하죠. 고온에서 흙이 무너지기 때문에 섬세한 한복의 미를 표현하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이를 견디면서 표현하는 방안을 찾는 게 중요하죠.”

조선 복식이 보여주는 오방색을 비롯해 다양한 색상을 선명하면서도 깊이 있게 우려내기 위해 소지(흙)와 안료, 재료 등의 혼합기술도 개발했다. 화려한 복식 속에 감춰진 당대 문화의 내면을 담아내고 싶어서다.

더구나 그의 작품은 일반적인 도자 인형과는 달리 형틀(몰드)을 사용하지 않고 작가가 직접 조형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모든 작품이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유니크한 매력을 갖고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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