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승윤 기자] 근로자가 새벽 출근길에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낸 이후 뇌출혈 진단을 받았다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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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단독11부 김주완 판사는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19년 3월 새벽 승용차를 운전해 출근하던 중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 갓길에 설치된 전신주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사고 직후 A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목숨은 건졌지만 ‘개방창이 없는 대뇌출혈, 기저핵의 뇌내출혈’ 진단을 받았다.
이후 A씨는 ‘뇌출혈 발병이 업무상 질병이나 출퇴근 재해에 해당한다’며 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공단이 ‘사고로 뇌출혈이 발생한 게 아니라 사고 이전부터 앓던 뇌출혈로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며 신청을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법원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출퇴근 재해에 해당한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김 판사는 “A씨가 운전 도중 갑작스럽게 이 사건 상병(뇌출혈)이 발병해 의식을 잃고 역주행하다 전신주를 충돌하기에 이르렀다면 사고 직후에도 의식을 잃은 상태가 유지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A씨가 출퇴근 운전 중 졸음운전을 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봄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목격자의 진술에 따르면 A씨는 사고 직후 의식과 움직임이 모두 있었다는 게 김 판사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A씨의 기저질환에 사고가 겹쳐서 상병이 유발ㆍ악화된 것으로 추단되므로, 사고와 발병 간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공단의 처분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공단이 항소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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